전기를 쓰기 전까지 우리 겨레가 밤을 밝혔던 조명 도구들 가운데 으뜸은 등잔입니다. 등잔은 기름을 연료로 하여 불을 켤 수 있도록 만든 그릇을 말하지요. 그 재료에 따라 목제ㆍ토제ㆍ백자ㆍ사기ㆍ놋쇠ㆍ철제ㆍ대리석 따위의 등잔이 있습니다. 오래된 유물로는 신라의 토기로 된 다등식와등(多燈式瓦燈)이 있고,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백자등잔이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옥등잔(대리석등잔)이 있었습니다.
▲ 등잔과 등잔대, 국립민속박물관
등잔에는 한지나 솜ㆍ베실 등으로 심지를 만들어 기름이 배어들게 하여 불을 켭니다. 기름으로는 참기름ㆍ콩기름ㆍ아주까리기름 등의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물고기에서 짜낸 기름 등을 썼지요. 1876년경에 일본으로부터 석유가 수입되면서, 심지꽂이가 따로 붙은 사기등잔이 대량으로 수입, 보급되었습니다. 또 보통 등잔에는 심지를 하나만 꽂을 수 있게 되었지만, 더 밝게 하려고 쌍심지를 켜기도 했습니다. 옛 속담에 “눈에 쌍심지를 켠다.”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등잔과 관련하여 또 다른 속담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게 있는데 등잔은 방을 환히 밝혀 주위를 잘 볼 수 있게 하지만, 정작 등잔 밑은 그림자가 져 보기 힘들지요. 곧 가까이 두고 먼 곳만을 헤맬 때 쓰는 말입니다. 이 등잔은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부분 전등으로 불을 밝히고 전기가 없으면 양초를 썼기에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등잔을 보려면 이제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에 가야만 합니다.
▲ 도자등잔(왼쪽)과 토기등잔, 등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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