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일요일은 중복(中伏)입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장맛비가 자주와 뉴스에 불볕더위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불볕더위가 오는 중복 때 우리 겨레는 ‘더위사냥’을 했는데 그 ‘더위사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이야 선풍기는 물론 에어컨까지 동원해서 비교적 시원한 환경 속에서 살지만, 예전 사람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이열치열’로 ‘더위사냥’을 했습니다.
이열치열에는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과 일을 함으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이 있지요. 먼저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은 뜨거운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용봉탕(용 대신 잉어나 자라를 쓰고 봉황 대신 묶은 닭을 써서 만든 탕) 따위로 몸을 데워주어 여름 타는 증세를 예방해 줍니다. 그리고 일로 하는 이열치열은 양반도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다고 하지요. 그 밖에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 없었던 선비들은 냇가에 앉아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위안으로 삼았고,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도 했지요.
▲ 중복, 수박과 팥빙수로도 복달임을 한다.(그림 이무성 작가)
그러나 여기 철학적인 더위사냥도 있습니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제자가 더위를 피할 방법을 묻자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가르침이 아닐까요? 덥다고 “더워더워!”만 외치고 있으면 오히려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내가 “더위”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여름날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또 요즈음 뉴스에는 지역사회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복달임”을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웃과 더불어 “복달임”을 하면 더위도 나뉘어 한결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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