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42호) 우리말 속에 한자말이 70~80%가 된다구요?

튼씩이 2020. 10. 6. 07:29

며칠 뒤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한 제574돌 한글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뜻을 지닌 한글날은 1990년에 바다의 날, 조세의 날과 같은 일반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이에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글날 국경일 승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2005년 12월 8일 드디어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 국경일이 되었고, 2013년 한글날부터는 공휴일로 기리게 되었습니다.

 

 

그 뒤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큰잔치를 한다고 요란을 떨지만, 여전히 한글은 물론 우리말은 푸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푸대접의 바탕에는 “우리말 속에 한자말이 70~80%를 차지한다.”라는 한자를 숭배하는 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지난 90년대 국립국어원에서는 당시 소설에 쓰인 낱말들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많이 쓰인 낱말 가운데 한자말은 33위에 ‘여자’가 들어 있었고 100위 안에 겨우 8 낱말에 불과했습니다. 그것은 실제 쓰이는 말에는 한자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요. 그런데도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 우리말 “마을”과 일본 한자말 ‘부락’이라고 한 빗돌

 

 

 

그것은 조선시대 많은 학자가 우리말 대신 한자말로만 학문을 하고 책을 펴낸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일제강점기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일본 한자말을 쓰는 것이 유식한 것인 양 마구 들여다 쓴 탓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보면 우리말 ‘마을’ 대신에 일본에서 천민들이 사는 마을을 뜻하는 ‘부락’, ‘두메’ 대신에 ‘오지’, 꼭대기를 뜻하는 ‘마루’ 대신 ‘정상’ 같은 말이 그것입니다. 더더군다나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에서 예산 112억 원을 들이고 이름난 국어학자 500여 명을 참여시켜 1999년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지역에서 쓰는 우리말 사투리는 표준말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올림말에서 빼버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제 한글날 574돌을 맞아 이를 반성하는 우리가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 우리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