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5월 15일 제623돌 세종대왕탄신일 맞이하여 ‘순우리말 한글 이름 찾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글날 행사장에서도 "예쁜 한글 이름 써주기" 마당이 등장했습니다. 또 한글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펴낸 책들도 책 이름에 《한글이름사전》, 《한글 성명학》, 《한글이름과 사주팔자》, 《고운이름 한글이름》, 《한글이름 샘이나는 한글이름》, 《한글이름짓기사전》, 《뜻 깊은 큰 소리 한글이름》 등 ‘한글이름’이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글날 행사장에 등장한 "예쁜 한글 이름 써주기" 마당
그럼 ‘한글이름’이란 말을 써도 괜찮은 것일까요? 국어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말과 글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한글이름’이란 ‘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말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한자말로 된 문재인 대통령을 한글로 ‘문재인’이라고 쓰거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한글로 ‘트럼프’라고 쓰고 이를 ‘한글이름’이라고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말 자체가 우리 겨레만 쓰는 토박이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이름’이라고 쓰지 말고 ‘한말글이름’ 또는 ‘우리말이름’ 등으로 써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름을 우리말로 쓰는 것의 바탕에는 이름뿐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모든 표현에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실제 두 해 전 세상을 뜨신 평생 배달말 사랑에 몸 바쳐온 으뜸학자 김수업 우리말대학원장께서는 생전 학문글도 거의 토박이말로만 쓰셨고, 두 살 때 일본에 건너가 평생을 재일교포로 사신 재일교포 김리박 선생은 시조도 한자말이나 외래말을 뺀 순수 토박이말로만 써와 몇 해 전 시조집 《울 핏줄은 진달래》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의 말글살이를 반성해야만 할 것입니다.
▲ '한글이름'이란 말을 버젓이 쓴 책들(위),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는 '한말글이름'이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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