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43호) 복수표준어 ‘짜장면-자장면’과 표준어 정책

튼씩이 2020. 10. 8. 07:45

‘자장면’이 맞을까요, ‘짜장면’이 맞을까요? 요즘 방송에서는 아나운서나 출연자들이 굳이 ‘자장면’을 고집합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정답은 둘 다 다 ‘맞다’ 입니다. 예전 학생들은 입학식이나 졸업식이 끝나면 으레 중국집으로 향했을 만큼 인기가 있던 음식이지요. 그런데 한동안 ‘자장면’이 표준말이 되었던 까닭은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서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된소리를 피하여야 한다는 학자들의 쓸데없는 고집도 한몫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표준어규정에 보면 ‘표준말’이란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사람들의 91.8%가 짜장면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다수가 쓰는 ‘짜장면’이 표준말이 되어야 했는데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결국, 국립국어원이 이에 손을 들었고 결국 ‘자장면’과 ‘짜장면’을 ‘개발새발-괴발개발’, ‘나래-날개’, ‘뜨락-뜰’ 등과 함께 복수표준말로 지정하기에 이릅니다.

 

 

 

▲ 복수표준어가 된 '짜장면과' 자장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표준말 정책입니다. 영남지방에는 “꽹말타기(호미씻이)”라는 민속놀이가 있었습니다. 이 꽹말타기는 ‘징, 장구, 북, 꽹과리’에 “딩각”을 보태 ‘오물놀이’로 즐긴 민속놀이입니다. 그 꽹말타기가 일제의 민속말살 정책 때문에 사라지면서 “딩각”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제의 민속 말살에 더하여 군사정권 이래 사투리를 몰아내는 표준말 국어정책을 펴면서 사람들이 그때 사투리 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고, 따라서 “딩각”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사투리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시골의 문화가 그대로 살아 있는 사투리는 우리의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 영남지방의 민속놀이 ‘꽹말타기’ 맨 앞에서 ‘딩각’을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