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27. 한복 저고리, 소매 솔기를 뜯고 벗었다

튼씩이 2016. 7. 8. 10:52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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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8.



“일찍이 어른들의 말을 들으니, 옛날에는 여자 옷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죽어서 염할 때에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중간 줄임)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서 새옷을 시험삼아 입어 보았더니, 소매에 팔을 넣기가 몹시 어려웠고 한 번 팔을 구부리니 솔기가 터졌다. 심지어 간신히 입고 나서 조금 있으면 팔에 피가 통하지 않아 부어올라서 벗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매 솔기를 뜯고 벗기까지 하니 어찌 그리도 요망스런가?”

위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의 《청장관전서》 부의(婦儀)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입어온 한복 저고리는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달라졌는데, 특히 저고리의 길이가 크게 변하였지요. 조선 초기인 1580년 무렵 청주 한씨 덧저고리의 길이는 무려 81cm나 되었고 선조 때인 1589년에 그려진 감로탱에 나오는 여인들의 저고리도 무척 길지요. 그렇게 길었던 저고리가 점점 짧아지더니 1780년 무렵에는 27cm, 1890년대는 무려 19.5cm로 짧아지다가 급기야 1900년대는 14.5cm까지 짧아져 젖가슴이 보일 정도로 섹시한 저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길이에 더해 소매도 직배례로 좁아 이덕무 말처럼 혼자 입기도 벗기도 어려운 불편한 옷이 되어버립니다. 그러자 저고리는 다시 26cm 정도로 길어지기 시작하고 배례도 팔굽 부분이 붕어배처럼 둥그런 붕어배례가 되기도 하여 입고 벗기가 편한 옷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과 관계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유행이 있기 마련인 것이지요.

옛 얼레빗 (2012-07-10)



2339. 제 몸에서 나는 향기에 목숨을 잃는 슬픈 사향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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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216호 “사향노루”를 아시나요? 특히 사향노루 가운데 수컷에는 특이하게 배꼽과 생식기 사이에 사향샘이 있는 사향주머니(일명 사향낭)가 있습니다. 사향노루는 발정기가 되면 이 수컷의 사향샘이 아주 발달하면서 사향을 풍겨 암컷을 유인합니다. 문제는 이 사향노루의 수컷이 품어내는 사향이 결국 제 목숨을 잃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부터 궁중의 왕족들이 성생활에 쓰려고 찾는 향은 고양이 암컷 음문에서 채취한 영묘향(靈猫香), 큰머리고래에서 채취한 용연향(龍涎香)과 함께 이 사향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양이 많은 용연향과 약효가 떨어지는 영묘향에 견주어 사향을 최고의 향으로 쳤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이 사향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쳤고 그 때문에 사향노루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하지요.

더더구나 사람이 사향노루를 잡으려 할 때는 향낭 때문에 잡힌다는 걸 알고, 향낭을 저주하며, 수없이 물어뜯어 사람이 다가가면 향낭은 터지고 사향노루는 이미 죽어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향노루 근처에는 슬픈 향기가 진동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온 나라에 널리 분포하던 사향노루이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동물이지요. 환경부는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증식과 복원을 위해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10년(2006~2015) 종합계획을 세워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아름다운 사향은 이제 우리 곁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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