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29. 입이 부르트고 피가 나면서까지 쪼개서 만든 모시

튼씩이 2016. 7. 12. 08:13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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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12.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김말봉 시, 금수현 곡의 가곡 “그네”의 가사입니다. 여기서 “세모시”는 “올이 가늘고 고운 모시”를 일컫지요. 이제 더위가 한창입니다. 이렇게 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우리 겨레는 모시옷을 입었습니다. 모시는 모시나무가지를 꺾어 그 껍질을 벗긴 것을 재료로 하는데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굿 만들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모시표백 따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아름다운 모시 옷감이 탄생됩니다.

모시는 정성을 쏟아야 짤 수 있기에 밤낮 쉬지 않고 석 달을 일해야 한 필(약 21m)이 나온다고 하며, 또 모시는 계속 침을 발라가며 입이 부르트고 피가 나면서까지 쪼개고 또 쪼개야 하기에 한 필 만드는데 침이 석 되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모시는 여인네들의 정성이 밴 옷감입니다. 그 가운데 모시로 가장 유명한 곳은 충남 한산인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 擇里志》 북거총론편에 "진안의 담배밭, 전주의 생강밭, 임천과 한산의 모시밭, 안동과 예안의 왕골논"이라는 구절이 있을 만큼 예로부터 유명하였습니다.

이 <한산모시 짜기>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름 전통옷감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아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기예능 보유자는 방연옥 선생이지요. 그에 더하여 2011년 제6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산모시 짜기>는 줄타기ㆍ택견과 함께 인류무형유산에 올랐습니다. 이제 모시는 아름다운 옷감을 넘어 양말도 만들고, 모시잎송편모시잎칼국수 같은 음식으로도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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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속풀이 271>

대전서 열린 한밭국악경연, 성공적인 대회였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과천시에서 열린 전국경기소리 경창대회 이야기를 하였다. 《한국경기소리보존회》가 제10회째 열고 있는 경연은 종합대회가 아니라 성악의 한 분야인 경기소리만을 4개 부문, 곧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명창부로 나누어 각 부문별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체적으로 고른 편이었으나 그 중에서도 중, 고등부 출전자들은 노래 가사의 암기나 좌창의 창법, 특징적 표현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이야기, 대회의 권위는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천 경창대회는 정성을 다하는 대회, 공정한 대회, 투명한 대회로 출전자들이 믿고 참여하고 싶은 대회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예로부터 과천은 전통문화와 관련이 깊은 도시였는데, 한 예로 1930년대에는 《대동가극단》이란 단체가 과천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일제치하에서 신음하던 백성들을 위로해 주었고, 현재에도 서울과 근접해 있는 도시로 자립도가 높고 환경 등, 살기 좋은 도시임에도, 과천 경기소리 대회가 아직도 관(官)에 의지하는 영세한 대회로 남아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겸해서 본선 경연이 끝나고 시상식에 앞서 가진 초대 명창들의 공연은 다소 초라한 수준이어서 안타까웠다는 이야기, 공연비를 마련해서라도 규모를 확대하여 청중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기의 소리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 축제의 장을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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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대전에서 열린 한밭 국악경연대회에 이모저모를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다. 지난 6월 12~13일에는 대전에서 제21회 <한밭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최고상은 대통령상이다. 악가무(樂歌舞)의 종합대회로 경연분야는 기악의 관악과 현악, 성악은 판소리, 그리고 전통무용 등 4개 분야로 구분되었으며 각 분야는 학생부와 일반부, 특히 무용은 학생부와 일반부 위에 명인부가 포함되어 전국적으로 수준 높은 출전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대회였다.

필자는 심사위원장으로 위임되어 경연이 끝난 뒤 출전자 전원을 대상으로 장단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기실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춤에 있어서 장단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장단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나가는 경연자는 그렇지 못한 경연자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장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 학생부 출전자들은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에 있으므로 악기의 발음이나 발성, 음색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일반부에 출전한 사람들은 연주태도나 올바른 자세, 시선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전문가의 소리나 가락을 흉내 내는 단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표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전의 한밭대회는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이 있다.

시민들의 관심이 다른 시도와는 달리 매우 높다는 점이다. 경연이 시작되기 전날 밤에는 반드시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에서 심사위원 전원을 초청해 식사와 다과를 베풀어주는 모임을 갖는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인간적인 모임인 것이다.

대전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에는 순수한 대전 시민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밖에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도 참여하고, 시청의 고위관료나, 학계의 대학교수,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 기타 대전시의 유지들이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본 대회에 참석한 전국에서 대전을 찾은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의를 다해 맞이해 주는 의식에 만족하게 마련이다. 마침 자리를 함께 한 대전시 설 교육감과 나눈 대화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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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교통의 중심지여서 그런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가는 출전자들의 수가 작년에 견주어 2배 이상 몰렸다는 점과 이들의 실력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높았다는 사실은 이 대회의 앞날을 매우 밝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경연대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담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대전 대회는 예능보유자와 전수조교, 대학교수, 전문실기인 등 명성을 날리고 있는 최고의 심사위원들을 확보하여 객관적이고 공평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도 그 한 원인이라 하겠다. 심사위원들은 간격을 유지하였고, 경연이 끝난 뒤 즉시 점수를 공개하였고, 경연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였다. 경연 결과에 승복하면서 일체의 잡음이 없었던 점을 높게 평가한다.

대회의 전반적인 진행은 대회장과 임원, 심사위원, 진행요원, 사회자, 등등의 협조로 매끄러웠고 경연공간이나 연습 공간, 기타 모든 것이 여유 있게 진행되었다.

더욱 국악계의 등용문으로 권위 있는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관악, 현악, 판소리, 무용분야 외에 참가분야를 확대하여 정가(가곡, 가사, 시조)라든가 경서도 좌창, 선소리, 풍물놀이 분야까지 포함하여 보다 확대된 경연대회를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는 점과 외지에서 참여해 준 출전자들을 위해 시에서 버스 등 차편을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1등 이외의 다른 수상자들에게도 장학금조로 다소의 시상금이 지급되기를 바라고 일반부에는 격려금이 지급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끝으로 <제21회 한밭전국국악경연대회>는 주최자들이나 심사위원, 경연참여자들 모두가 질서를 지키며 축제 속에서 즐긴 매우 성공적인 대회였으며 일체의 잡음 없이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미덕을 발휘한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국내 최고의 국악경연 대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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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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