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 가면 사적 제466호 법천사(法泉寺)터가 있습니다. 법천사는 통일신라 성덕왕 24년(725)에 창건된 절로 고려 중기에는 대표적인 법상종 절이었으며, 고려 문종 때 국사(國師)였던 지광국사(984~1070)가 열반에 든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원래 지광국사탑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보 제101호로 지정된 높이 6.1m의 이 탑은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장식으로 역대 가장 개성적이고 화려한 승탑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코끼리의 눈을 형상화한 안상,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 가릉빈가, 연꽃, 봉황 무늬 등이지요.
▲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터 지광국사탑’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일본인에 의해 원주에서 서울로 왔다가 1912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되었는데 문화재의 불법 약탈과 나라 밖으로의 반출에 대한 나라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자 조선총독부가 압력을 넣어 서울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탑은 6.25 한국전쟁 때 폭탄 피해로 옥개석을 비롯한 상부 부재가 여러 조각으로 파손되는 큰 손상을 입었고, 1957년 시멘트 등 다양한 재료로 덕지덕지 복원했었습니다. 이에 4차례의 정밀안전진단 등을 받은 끝에 여러 군데 금 간 곳과 모르타르(mortar) 복원 부위가 떨어져 나간 것 등이 밝혀져 훼손이 더해질 것이 우려되면서 2015년 문화재청은 전면 해체ㆍ보존 처리하기로 하였지요.
그래서 해체ㆍ보존처리를 맡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20년 말 현재 모든 작업을 끝냈기에 원주로 귀향을 해야 하지만 갈 곳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귀향을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탑을 원래의 자리에 보호각을 세워 옮기는 방안과 법천사터 내 건립을 추진 중인 전시관 내부로 탑과 탑비를 함께 옮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아직도 지광국사탑의 귀향은 내년 1분기에나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지광국사탑의 가릉빈가(경전에 나오는 상상의 새)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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