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31. 용머리가 달린 거북이 모양 연적

튼씩이 2016. 7. 14. 08:13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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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7.



청자 거북이모양 연적은 고려시대 비석의 귀부(龜趺,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머리가 달린 거북이 모양의 연적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삼국시대 신라 토기 주전자 가운데서도 볼 수 있으며, 고려에 들어와서 세련되게 발전한 듯합니다. 물을 쏟는 주둥이인 용머리는 입을 벌려 연 줄기를 물고 있으며 그 줄기는 등으로 뻗어 있지요.

거북의 등에 뚫린 물구멍은 둘레가 꽃잎 모양으로 싸여 있고 등 전체에 육각형 거북이 등껍질 무늬가 오목새김(음각)되어 있으며 거북이 등껍질 무늬 안에는 왕(王)자 모양의 무늬가 하나씩 새겨 있습니다. 또한 거북이 등껍질 무늬 가장자리에는 주름 무늬를 띄엄띄엄 반 돋을새김(반양각, 半陽刻)하였고, 용머리 눈 부위에는 검정빛 철사(鐵砂) 물감을 찍어 눈동자를 표현하였지요. 유약은 밝고 투명하며 금이 간 데가 없고 바탕흙은 매우 고와 고급스런 느낌을 줍니다.

이런 상형청자 연적은 거북이 모양 말고도 원숭이나 용, 오리, 해태, 개구리 따위 동물과 복숭아, 석류, 연꽃 따위 식물 그리고 팔괘무늬나 생황 모양을 본뜬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연적들은 청자 전성기인 12세기 전반에 많이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연적에 깃든 선조들의 예술 감각은 그저 바라다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옛 얼레빗 (2012-07-16)


2342. 화살을 맞으면서도 임금에게 간한 김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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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몸이 역대, 네 임금을 섬겼고, 경서(經書)와 사서(史書)에 대강 통하지만, 고금에 상감마마와 같으신 분은 없었사옵니다.” 정이품의 노환관 김처선은 목숨을 걸고 임금(연산군)에게 아룁니다. 이에 분노가 폭발한 연산군은 활시위를 당겨 김처선의 갈비뼈를 뚫습니다. 하지만, 김처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임금에게 간합니다. “조정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늙은 내시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다만, 상감마마께서 오래도록 임금 노릇을 할 수 없게 될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러자 연산군은 화살 하나를 더 쏘고 다리를 부러뜨립니다. 그런 다음 김처선에게 일어서서 걸으라고 명합니다. 이에 김처선은 “상감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다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고 연산군은 김처선의 혀를 잘라버리게 합니다. 살신성인의 충신에게 연산군은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연산군의 김처선에 대한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연산군은 김처선의 양자 이공신을 죽이고, 그의 집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칠촌까지 벌을 주고, 그의 부모 무덤을 뭉갠 다음 석물을 없애게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처선의 이름 곧 처(處)와 선(善) 두 글자를 온 나라에서 쓰지 못하도록 했으며, 그의 집을 철거한 뒤 못을 파고 죄명을 새겨 집가에 묻고 담을 쌓도록 합니다. 지금 관료와 정치인들도 쉽사리 윗사람에게 간하지 않는데 절대군주 시대에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올바른 소리를 간한 것은 김처선이 정말 대단한 충성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음을 증명해줍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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