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30. 조선 문화재의 약탈자, 오쿠라와 오구라

튼씩이 2016. 7. 13. 12:51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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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13



도쿄 국립박물관 3층에는 “오구라 컬렉션(小倉 Collection)”이 기증한 우리나라 유물들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구라는 1922년부터 1952년까지 조선에서 문화재를 약탈해갔는데 무려 1,100여점이나 되며, 이 가운데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정도의 수준 높은 문화재들입니다. 이 문화재들은 오구라 사후인 1982년 그의 아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견갑형 청동기, 금관 따위가 대표적이지요.

그런가 하면 앞 이름이 비슷한 “오쿠라 컬렉션”은 명치시대의 실업가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만든 것으로 테라우치 총독과 가까이 지내면서 부를 축적하여 조선의 문화재를 다량으로 약탈수집하여 일본 최초의 “오쿠라 슈코칸(大倉集古館)”이란 개인 미술관을 만들었지요. “오쿠라 컬렉션”의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이천 오층석탑과 평양 율리사터석탑 따위가 있습니다.

오쿠라와 오구라를 비롯하여 일본인들에 의해 약탈된 무려 6만7천여 점의 문화재가 일본땅에서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화재들을 우리가 쉽게 되돌려 받을 수 없다는데 안타까움이 있지요. 바로 1954년에 프랑스ㆍ영국ㆍ미국ㆍ이탈리아 등이 주도하여 맺은 헤이그 협약 때문입니다. 그것은 1954년 이전에 전쟁이나 약탈로 이뤄진 문화재는 확실한 명분이 있지 않은 이상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지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오만함 탓에 신비스러운 고려 불화인 도쿄 센소지의 <수월관음도>도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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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58 >

마츠리의 나라 일본에서 손꼽히는 교토의 기온마츠리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각종 마츠리(祭, matsuri, 축제)가 많다. 특히 그 가운데 7월 한 달 내내 하는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는 가장 손꼽히는 마츠리다. 한 달 내내 한다지만 일반인들이 볼만한 날은 7월 17일의 가마행렬이다.

기온마츠리의 유래는 전염병이 확산 되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하는 의례에서 생겨났다. 지금부터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죽는 사람이 속출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전염병 대책이 없던 당시에는 전염병 발생을 신 곧 우두천왕(牛頭天王, 일명 스사노미코토)의 노여움으로 알았다.

그 노여움을 풀어주려고 기온사(祇園社, 현 야사카신사)에서 병마 퇴치를 위한 제사를 지냈는데 당시 66개의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가마 66개를 만들어 역병(疫病)을 달래는 “어령회(御靈會)”를 지낸 데서부터 기온마츠리는 시작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스사노미코토가 신라의 우두신이란 기록이 있다. 《교토 속의 조선(京都の中の朝鮮)》을 쓴 박종명 씨는 서기 656년 가라쿠니(韓國)의 대사 이리지사주(伊利之使主)가 일본에 건너올 때 신라국 우두(牛頭)에 계시는 스사노미코토를 모시고 와 제사를 지낸 것이 그 유래라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신라신의 노여움을 풀어 전염병을 잠재우고자 시작한 것이 기온마츠리의 유래인 것이다.

한 달간 이어지는 기온마츠리의 정점인 가마행렬은 17일 아침 9시부터 장장 4시간여 이어지는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가마꾼과 구경꾼이 모두 하나가 된 마음으로 숨죽이며 구경하는 모습이 마치 무슨 종교집회장 같다.

해마다 가마 행렬의 숫자는 다른데 많을 때는 2012년의 경우에는 32대의 가마 행렬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23대의 가마행렬이 예정되어 있다.

전염병의 역신을 무찌르려는 뜻에서 가마 위에는 높이가 20미터나 되는 장대 끝에 뾰족한 창을 달아두는데 이를 호코(호코는 보톤 12톤 정도가 된다.)라 하고 뾰족 창이 없는 것을 야마라고 한다. 이들 야마와 호코가 지나갈 때마다 구경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전통 옷인 유카타를 입은 젊은 남녀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구경거리다. 돌아오는 7월 17일(일) 교토에 가는 사람이라면 마츠리 행렬을 볼 수 있는 시조도오리(四條通)로 가 볼 것을 권한다. 하루 전인 16일 밤에 행하는 전야제도 볼만하다. .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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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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