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37. 오늘은 대서(大署), 네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

튼씩이 2016. 7. 22. 11:3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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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22.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두째인 대서(大署)입니다. 이때는 대개 중복(中伏) 무렵으로, 장마가 끝나고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더위가 가장 심하지요.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라는 옥담 선생 시 가운데 나오는 구절은 이즈음의 무더위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런 불볕더위, 찜통더위에도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지요.

그러나 우리 겨레는 더위가 극성인 때 혀끝에서는 당기는 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슬기로움인데 더운 여름철의 더운 음식은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준다고 합니다. 이 이열치열의 먹거리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실제로는 잉어와 오골계)으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따위가 있지요.

그리고 옷을 훌훌 벗어던질 수 없었던 선비들은 냇가에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거나 소나무 그늘이 진 정자에서 솔바람 맞으며 시를 읊는 것으로 더위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은 건강에 해롭다는 에어컨 바람으로 여름을 나기도 하지만 아무리 해도 더위를 나기가 어렵습니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禪師)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했다는데 그 말처럼 우리 자신이 “더위”가 되어 큰 더위 곧 “대서”와 마주하면 어떨까요?

옛 얼레빗 (2012-07-24)



2347. 연호를 서기(西紀)가 아닌 단기(檀紀)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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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年號)”란 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던 이름이며, 해의 차례를 나타내려고 붙이는 이름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하는 “서기(西紀)”를 쓰고 있지요. 그런데 서기 이전에는 “정삭(正朔)” 곧 중국의 달력을 사용하여 중국의 연호를 같이 썼습니다. 신라는 물론 고려의 대부분과 조선에서도 중국의 연호를 썼는데 자주적인 생각이 강하던 때는 독자적인 연호를 쓰기도 했지요.

특히 강성한 나라를 세워 넓은 나라땅을 가졌던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즉위한 391년부터 “영락(永樂)”이란 연호를 써서 문헌상 최초의 독자적인 연호로 기록됩니다. 나라를 세워 멸망할 때까지 내내 독자적인 연호를 쓴 것은 발해가 유일하며, 신라는 진흥왕 ·진평왕 ·선덕여왕 ·진덕여왕 때, 고려는 태조 왕건 이후 4대 광종까지만 독자적인 연호를 썼습니다. 조선왕조는 처음부터 명(明)나라의 제후국이라 하여 독자적인 연호를 쓰지 않다가 1895년부터 고종이 독자적인 연호 “건양(建陽)”과 “광무(光武)”를 썼는데 이마저도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독자적인 연호는 사라지고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제국의 연호를 쓰게 되었지요.

그러다 해방 뒤 1948년 9월 25일부터 단군이 즉위한 해인 서력 기원전 2333년을 원년으로 하는 단기(檀紀)가 공식적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뒤인 1962년 1월 1일부터는 단군 연호가 사라지고 서기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들은 세계가 같이 쓴다는 서기를 써야만 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지금껏 서기를 쓰지 않고 독자적인 연호 곧 명치((明治)대정(大正)소화(昭和)평성(平成)을 달력과 모든 공문서, 심지어 은행 통장에도 씁니다. 이에 견주어 우리나라는 최근 새로 복원하는 숭례문 상량문을 올리면서 서기 연호만 썼다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요즘 한 단체에서 단기 연호를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도 그에 동참하면 어떨까요? 단기 표시만 하기 어렵다면 단기를 쓰고 괄호 속에 서기를 넣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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