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38. 임금 앞에서 영의정이 법도를 어겼다고 한 청백리 조사수

튼씩이 2016. 7. 27. 19:41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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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25.



세종 때의 명신 조말생의 고손자 형제인 조언수와 조사수는 두 사람 모두 청백리였습니다. 특히 아우 조사수는 중종이 만조백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청문(淸門), 예문(例門), 탁문(濁門)의 셋을 만들고 청백리를 뽑는 행사를 했는데 이때 서슴없이 청문으로 들어갔지요. 물론 청문은 스스로 청백리라 생각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인데 모두 눈치를 보면서 보통이라는 뜻의 예문으로 들어갔지만, 조사수는 거리낌 없이 청문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조사수의 이런 행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하루는 조사수가 영의정 심연원과 한 자리에서 경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조사수는 영의정을 앞에 두고 “영의정 첩 아무개의 집은 처마 끝이 너무 깊고, 또 사랑마루의 칸 수가 법도보다도 더 넓게 지어 큰 사치를 하고 있으니 이는 영의정이 법도를 어긴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니다.”라고 했다고 하지요. 아무리 대쪽 같은 청백리요, 언관이라고는 하지만 임금 앞에서 만인지상이라고 하는 영의정의 체면을 무참히 깎아내리는 것은 아마 조사수가 아니고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심연원은 이때 오들오들 떨면서 당했는데 이에 앙심을 품기는커녕 이후 첩의 집 사랑을 쓰지 않은 것은 물론 뒷날 조사수를 추천하여 이조판서에 오르게 할 만큼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사수의 형 조언수는 아우보다 더 청렴하게 살았다고 하지요. 벼슬살이 40년이 넘는 동안 집 한 칸, 밭 한 이랑도 산 일이 없고, 옛집조차 수리하지도 않고 살면서도 늘 “이만하면 족히 내 삶을 마칠 만하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지금 세상 어디 조언수, 조사수 형제만한 공직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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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시조 273 >

불싸움 멈춤



세 해를 싸웠으니 온 땅이 엉망이라

내 뜻 아닌 싸움과 남 뜻인 멈춤이니

그래도 불쇠소리는 오늘껏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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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싸움 : 전쟁
* 불쇠소리 : 총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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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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