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40.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공재 윤두서의 그림들

튼씩이 2016. 7. 27. 19:44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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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7. 27



해남 윤씨문헌(海南尹氏文獻) 공재공행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그해 마침 해일(海溢)이 일어 바닷가 고을은 모두 곡식이 떠내려가고 텅 빈 들판은 벌겋게 황톳물로 물들어 있었다. 백포(白浦)는 바다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그 재해(災害)가 특히 극심하였다. 인심이 매우 흉흉하게 되어 조석 간에 어떻게 될지 불안한 지경이었다. 관청에서 비록 구제책을 쓰기는 했으나 역시 실제로는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

이에 공재 윤두서는 마을사람들에게 함께 산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소금을 구워 살길을 찾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한마을 수백호의 주민이 이에 도움을 받아 모두 굶어죽지 않고 살아나 떠돌아다니거나 죽는 일이 없게 되었지요. 공재는 단순히 곡식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을 구하는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스스로 일을 해서 기근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던 슬기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재는 “옛 그림을 배우려면 공재로부터 시작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림에 뛰어났습니다. 또 공재의 그림을 보면 나물캐기, 짚신삼기, 목기깎기, 돌깨기 같은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어려운 삶을 사는 백성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들이지요. 거기에 더하여 공재는 말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며 타기조차 삼갈 뿐더러 ‘백마도’, ‘어린 새끼와 말’ 같은 그림도 그려 동물에게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공재는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도 그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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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60 >

일본 아스카의 영원한 고향 ‘부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일컫는 나라현 비조사(飛鳥寺, 아스카데라)의 원형은 부여의 왕흥사(王興寺)일 가능성이 높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와세다대학의 오오하시(大橋一章, 불교미술사)교수 등 일본 연구 팀이 이번 달 초 부여 왕흥사 유적지를 조사한 결과 여기서 출토된 기와 문양과 탑 구조 들이 비조사의 유물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4월 17일 <중앙일보>가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를 인용해 쓴 기사다. 부여의 왕흥사는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신리에 있었던 1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절이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2007년 이곳에서 발굴된 「창왕 청동사리함 명문」에 따르면 왕흥사는 서기 577년 위덕왕 24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고대 부여와 아스카(飛鳥)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아스카에 가면 그런 느낌을 더 실감하게 된다. 필자도 아스카는 곧 부여라는 생각을 여러 번 몸과 마음으로 느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국의 시골 같은 분위기 말고도 아스카에 남아있는 여러 불교 관련 유적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다.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이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부소산을 추억하다’ 전시회 벽면에는 과거 아스카와 부여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있어 주목을 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아스카문화의 원류가 백제에 있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 부여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백제 고도이자 대표적인 명승지였던 부여와 부소산 일대는 조선총독부와 일본인 학자들의 주요한 연구대상이었음은 물론 부여와 일본과의 친연성을 강조하고 부여를 ‘내선일체’의 성지로 만들고자 여러 차례 부여 일대를 조사하였다.

이와 동시에 조선총독부는 정책적으로 부여를 관광명소화 하기 위해 고적보존 사업을 실시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였다. 또한 부여8경을 선정하고 관광기념엽서를 제작하는 등 홍보에 힘썼다. 당시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관광홍보물 등에서 부소산 일대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보았다. 부여와 아스카가 닮았다고 느끼는 일본인들은 아스카가 부여의 유적을 이식해 놓은 사실에 눈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아스카를 거닐면서 부여와 닮았다고 느낀 것은 부여문화를 먼저 알고 있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므로 “부여를 보지 않고 일본 안에서 아스카만 연구한다면 백날해도 그 타령” 일 것이다. 한마디로 고대 일본을 알려면 부여를 비롯한 “고대 한국”을 먼저 이해하라는 말이다.

<전시안내>
*전시이름:<扶蘇山(부소산)>
*곳:국립부여박물관 기획전시관
*때:7월5일부터 10월3일
*무료관람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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