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54호) 누워있는 운주사 부처님, 일어서면 좋은일 생겨

튼씩이 2021. 3. 12. 07:35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천불산(千佛山) 자락에는 운주사(雲住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절은 도선(道詵)국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며 1481년에 펴낸 《동국여지승람》에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 기씩 있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그런데 운주사에서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것은 수많은 석불과 석탑 가운데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 곧 ‘와불(臥佛)’입니다. 이 와불은 길이 12m, 너비 10m의 크기로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누운 부처님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친견할 수 있습니다. 대관절 이 부처님은 왜 이렇게 누워만 계실까요?

 

 

 

▲ 화순 운주사에 누워계신 부처님(와불 –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3호)

 

 

 

전설에 따르면 도선국사가 하늘나라의 석공들을 동원하여 하룻낮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만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천불천탑을 만드는 도중 국사를 모시던 동자승 하나가 밤새도록 노스님을 모시다가 쉬고 싶은 생각에 그만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날이 샌 것처럼 했다고 합니다. 이때 모든 불상과 탑이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와불의 완성만을 남겨 놓았는데 그만 닭 우는소리에 하늘나라 석공들이 일을 멈추고 모두 하늘로 가버려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당시 말썽을 피운 동자승은 머슴부처가 되어 영원히 와불을 지키는 벌을 받게 되었다지요.

 

 

전설에 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면 세상이 바뀌고 즈믄해(1,000년) 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운주사 누운 부처님을 만나는 분들은 한결같이 말없이 누워 하늘을 향하고 계신 부처님이 한번 일어나셨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됩니다. 운주사에는 이 밖에도 토속적인 얼굴의 수많은 불상과 탑들이 드넓은 경내에 산재해 있어 화순의 고인돌군과 더불어 꼭 한 번 들려볼 만한 화순의 대표적인 절입니다. 1942년까지는 석불 213좌와 석탑 30기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석탑 12기, 석불 70기만이 있으며, 1980년 절 주변 일원이 사적 제31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 운주사의 또 다른 문화재들 / 석조불감(보물 제797호), 원형다층석탑(보물 제798호), 자연스러운 모습의 석불과 석탑(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