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분칠한 것을 참 자색이라 할 수 있으랴. 옛사람의 시에, ‘분ㆍ연지로 낯빛을 더럽힐까 봐 화장을 지우고서 임금을 뵈네’라고 하였으니, 앞으로는 간택 때에 분칠하지 말게 하여 그 참과 거짓을 가리라." 이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연산 11년(1505년) 1월 11치 기록입니다. 이는 단순히 분 화장만 금한 것이 아니라 참 얼굴을 알기 위하여 쓰지 못하게 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는 자연히 연지화장도 포함된 것이지요.
▲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1호 문효공과정경부인영정 중 정경부인 모습(왼쪽), 얼굴에 옅은 북숭아꽃 색 분을 칠하고 입술연지를 발랐다. / 등록문화재 제486호 <운낭자상(국립중앙박물관)>, 진수아미미용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고종 3년(1866년)에 행해진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에서도 보이는데, 초간택 시에 참여하는 처자들이 궁에 들어올 때는 분만 바르고 성적(成赤)은 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성적은 이마를 4각이 되도록 족집게로 솜털을 뽑고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는 색채화장을 뜻하지요. 그런데 여기 이마를 4각이 되도록 족집게로 솜털을 뽑는 것을 ‘진수아미(螓首蛾眉)’ 미용법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486호 <운낭자상>의 얼굴화장은 진수아미(螓首蛾眉) 미용법을 따랐습니다. 이 화장법은 고대 여인들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유행한 미용법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요. 조선 24대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가 남긴 복식에 관한 지침서 《사절복색자장요람(四節服色資粧要覽)》에 보면 조선시대 여성들은 계절에 따라서 화장법과 의상과 장신구도 달리해 멋을 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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