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셰상에 나셔 무릇 모든 일에 의심 있는 것은 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거니와 가히 믿을 만한 것을 보고도 행치 안으면 대단히 어리셕은 일이라 아이 기르는 데, 역질 일관으로 말 할진대 슈쳔년 이래로 사람마다 지낸바 위태함을 이로 말할 슈 업는 재앙이더니. 다행히 하느님 보살피는 덕으로 우두법이 나셔 일백 여달 피 동안에 텬하만국에 사람 건진 것이 가위 부지기슈요 우리 대한으로 말하더래도 이십 오년 지간에 그 효험 본 사람이 또한 몇십만 명이 될 것이니 이는 죡히 의심을 파하고 믿을 만한것이오. 하물며 나라에셔 마을을 셜시하고 관원을 두어 아모됴록 백셩의 역질을 예방하게 하시니 츄후라도 미신함이 업거날 슬푸다 엇지 이러틋 생각지 아니하난고”
위는 의생이며, 국어학자였던 송촌(松村) 지석영(池錫永)이 황성신문 1903년 03월 24일 자에 발표한 “권종우두설(勸種牛痘設)” 일부입니다. 여기서 지석영은 “우두법이 나셔 우리 대한으로 말하더래도 이십 오년 지간에 그 효험 본 사람이 또한 몇십만 명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믿지 못하고 우두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개탄합니다. 이는 요즘 코로나19 백신에 관해 나도는 가짜뉴스를 연상케 합니다.
▲ 조선에 본격적으로 종두법을 시행한 지석영, 지석영이 쓴 조선 첫 종두법 책 《우두신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지석영이 예방백신인 ‘우두종두법’을 개발하기 전까지 마마는 어릴 때 누구나 걸리는, 조선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치료 불가의 역병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마마는 감염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심하면 시력을 잃거나, 곰보가 되는 평생 흉터를 안기는 무서운 병이었지요. 그런데 지석영은 1879년 부산에 있는 거류 일본인을 위한 신식 병원인 제생의원에서 종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20일을 걸어서 부산으로 내려가, 일본인 의사에게 종두법(種痘法)을 배워 마마를 근절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렇게 큰일을 한 지석영이 우리 겨레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 추도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친일파 논란이 붉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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