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63. 광복 두 시간 전 김동인은 총독부에 아부했다

튼씩이 2016. 8. 16. 11:25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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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15.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에서는 히로히토 일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일본의 항복을 방송했습니다. 물론 그 소리는 잡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일본의 패전을 알리는 방송이라는 것을 사람들 모두는 알았습니다. 온 나라는 광복의 감격에 소리쳐 대한독립만세를 불렀습니다. 이 기쁜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제의 영향으로 많은 조선 사람들이 입었던 국민복과 왜바지(몸뻬) 차림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입어온 흰 옷 입은 시민들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또 사람들은 일장기에 푸른색을 덧칠해 급히 만든 태극기를 들고 기뻐 거리를 뛰어다녔지요.

그러나 광복 2시간 전만해도 배따라기, 감자, 광염 소나타 따위의 소설로 알려졌던 작가 김동인은 조선총독부를 찾아가서 시국에 공헌할 작가단을 꾸리자고 종용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윤옥 시인이 쓴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에 그대로 나옵니다.

“(앞 줄임) 광복 두 시간 전 총독부 학무국 / 동인이 찾아간 사무실 안 침묵이 흐른다 / 아 아베 씨 좀 보소 / 그걸 만듭시다 / 시국에 공헌할 작가단을 꾸리자구요 / 아베, 머리 절레절레 흔든 뜻은 / 이런 쓰레기 같은 조선놈 /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아부하기에 바쁜 조선놈 / 어서 꺼졌으면 싶었겠지 / 그리고 두 시간 뒤 조선은 빛을 찾았다.” (뒤 줄임) 조선은 광복을 맞았지만 그렇게 친일 하던 지식인들은 반성도 사죄도 하지 않았지요. 오늘은 광복절, 친일문제도 곰곰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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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시조 276 >

타오름달 보름



이제는 나이 쌓은 옛 푸름이 다 늙고

마음은 뜨겁고 높은 뜻은 맑고만

나노들 반지빠른 밸 어떻게 잡을까나

.

* 타오름달 : 8월
* 나노들 : 자손들
* 반지빠른 : 건방진
* 밸 : “배알”의 준말, 창자ㆍ속마음

광복날은 묽어져도 안 되고 바라져도 안 되고
모른 척 해서도 안 되고 슬쩍 지나가서도 아니 된 날이다.
특히 광복절엔 통일을 꿈꿔야 하는 것인데
적지 않은 겨레들이 다른 꿈을 꿈꾸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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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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