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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362. 고종황제 냉면으로 불면증을 달래다

튼씩이 2016. 8. 12. 13:5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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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12.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엔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역사 인물 가운데 냉면 사랑이 유별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 26대 임금이면서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이었지요. 고종의 냉면 사랑 이야기는 대한제국기의 마지막 황후였던 윤비의 지밀상궁 김명길이 쓴 《낙선재 주변》이란 책에 나옵니다. 이 책은 조선과 대한제국기 황실 모습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동아일보사에서 펴낸 책이지요.

고종은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고 단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배를 넣어서 담근 동치미에 고명으로까지 배를 듬뿍 올려 만든 냉면을 즐겼다고 합니다. 궁중에 잔치가 있을 때는 반드시 냉면을 만들어 올리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때 냉면에 쓰인 재료는 메밀국수에 양지머리, 돼지 다리, 배추김치, 배, 꿀, 잣 따위였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고명과 육수만 수라간에서 만들고 메밀국수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는지 대한문 밖 국수집에서 사왔습니다. 이때 고종은 술을 전혀 못했기에 식혜를 곁들여 먹었다고 하지요. 황제국가를 선포하고 당당한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고종은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물론 독살 위험에 잠 못드는 나날을 보낸 탓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긴긴밤을 냉면으로 달랬던 것입니다.

옛 얼레빗 (2012-08-21)



2364. 목로주점과 색주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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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작은 주막집인 <삼강주막>을 꾸려가던 유옥련 할머니가 노환으로 숨지자 세상에서는 할머니를 “라스트 주모”라고 부르며 관심을 보였고 언론에서도 이를 크게 보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는 5,6년 전 일로 유옥련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깃든 애환의 삼강주막이 사라지자 그 지자체에서는 할머니의 주막을 복원해 민속자료로 보존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예부터 한국인들은 술 마시고 노래하길 좋아합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도 노동요를 부르며 했고 한사발의 막걸리로 노동의 고단함을 이웃과 나눌 줄 알았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선비들도 심오한 학문을 닦으면서도 시와 음악을 곁들일 줄 아는 삶을 살았습니다. 음주가무라는 말은 요즈음 약간 변용된 말로 쓰이고 있으나 조선시대만 해도 술은 귀천을 막론하고 백성들이 가까이하던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그만큼 곳곳에는 술을 파는 집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 했었지요.

술집으로는 널빤지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 곧 목로에 안주를 늘어놓고 술을 파는“목로술집”이 있었으며 좀 독특한 술집으로 내외술집도 있었지요. 내외술집은 중인 이상 집안의 아낙네가 남편이 죽으면 호구지책으로 술집을 운영했는데 이때 주모가 술상을 마루에 살짝 올려놓고 가버리면 남정네들은 스스로 술상을 가져다 먹었습니다. 바로 내외하는 것이지요. 그밖에 사발로 막걸리를 파는 “사발막걸리집”, 술 찌꺼기를 걸러 만든 모주를 파는 “모주집”, 아낙네를 끼고 술을 마시는 색주가 곧 방석집이 있었지요. 물론 그에 견주면 고급 사교술집 기방은 좀 다른 곳이었습니다. 전통주가 사라지자 지금은 이런 술집들도 흔적이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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