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65. 인목대비,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튼씩이 2016. 8. 18. 13:04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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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17.



老牛用力 已多年 늙은 소 논밭갈이 힘쓴 지 이미 여러 해
領破皮穿 只愛眠 목 부러지고 살갗 헐었어도 잠만 잘 수 있다면 좋으리
犁已休 春雨足 쟁기질, 써레질도 끝나고 봄비도 넉넉한데
主人何苦 又加鞭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위 한시는 보물 제1627호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 (仁穆王后御筆 七言詩)”로 선조(宣祖)의 계비(繼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 1584~1632)가 큰 글자로 쓴 것입니다. 크기는 세로 110cm, 가로 50cm이고 종이 바탕에 쓴 것으로 근대에 족자로 만들어졌는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지요. 인목왕후가 대비(大妃) 때인 1613년(광해군 5) 이이첨 등에 의해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추대하려 했다는 공격을 받아 사약을 받고 죽은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을 위하여 칠장사(七長寺)를 원당(願堂)으로 삼아 중건하면서 쓴 글이지요.

시에서 인목왕후는 이이첨 등 대북파에 시달리는 자신을 늙은 소에 견주고 광해군을 그 늙은 소에 채찍을 휘두르는 주인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의미를 곰곰 살펴보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기업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일을 한 노동자는 그저 편하게 살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해고의 채찍을 휘두른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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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63 >

363. 반혐한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야마다 다카오 씨



야마다 다카오(山田貴夫)씨를 만난 것은 8월 13일 오후 4시 인천관동갤러리에서였다. 이에 앞서 인천관동갤러리 관장인 도다 이쿠코 씨로부터 야마다 씨에 대한 간략한 누리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야마다 씨는 반(反)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증오 조장자)인데 8월 13일 인천 관동갤러리에 올 예정이니까 취재를 해보라.”는 언질이었다. 찌는 날씨 속에 야마다 씨를 만나러 인천 관동갤러리로 달려갔다. 오후 4시 쯤 야마다 씨는 갤러리 안에 들어섰는데 자그마치 6명의 일행과 함께였다.

야마다 씨가 인천에 온 것은 개항지인 인천의 여러 유적지를 보러 온 것으로 특별히 나하고 인터뷰를 할 시간은 없었다. “이번에는 일행도 있고 해서 죄송합니다. 다른 기회에...”라고 하며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한인면모(韓人面貌) - 중국 조선족 이야기] 전시를 둘러보고 헤어졌다.

약간은 아쉬웠으나 야마다 씨가 귀국하여 도다 이쿠코 씨에게 보내온 누리편지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덕택에 인천과 중국 조선족의 역사를 배울 기회를 가졌다. 다만 시인 이윤옥 선생과의 인터뷰를 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가와사키시(川崎市)의 반헤이트운동(반혐한운동)은 10분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다가 일행들이 무더운 날씨에 지쳐있어서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 그 대신 7월에 가와사키시가 경기도 부천시를 방문했을 때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내니 가와사키시의 반헤이트 운동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받고 천천히 야마다 씨가 준 자료를 검토해 보았다. 야마다 씨가 준비한 자료 첫 장에는 대뜸 “인종차별철폐선언 제1조를 들어 인종, 피부색 또는 종족 등의 출신을 이유로 하는 인간 차별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범죄이며... 인종 및 기본적인 자유의 침해, 국가 간의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관계에 대한 장해와 제국민 사이의 평화 및 안전을 해치는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Discrimination between human beings on the grounds of race, colour or ethnic origin is an offence to human dignity)” 는 내용의 인종차별 금지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가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는 야마다 씨가 몸담고 있는 <헤이트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 네크워크>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2013년부터 가와사키시에서는 반헤이트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거리데모는 물론이고 재일동포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책을 펴내는 등 일본 극우파들의 혐한시위에 쐬기를 박는 일을 해오고 있으며 야마다 씨도 그 중심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다.

사실 지난번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야마다 씨를 잠깐 만난 것은 정식 인터뷰 신청을 해놓은 게 아니었다. 다른 일로 인천을 방문하는 길에 인터뷰를 해볼 요량이었으나 야마다 씨의 말처럼 “잠깐 인터뷰할 내용”이 아니었다. 다음 주 일본에 갈 예정이니 야마다 씨를 만나 가와사키시민들의 반혐한운동(반헤이트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참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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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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