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은 전설 속의 동물로 머리는 낙타[駝], 뿔은 사슴[鹿], 눈은 토끼[兎], 귀는 소[牛], 몸통은 뱀[蛇], 배는 큰 조개[蜃], 비늘은 잉어[鯉], 발톱은 매[鷹], 주먹은 호랑이[虎]와 닮았다고 합니다. 또 양수(陽數)인 9에 9를 곱한 81개의 비늘이 있는 용은 토박이말로는 “미르”입니다. 그리고 용이 하늘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무기”인데 다른 말로는 “이시미·영노·꽝철이·바리”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용은 몇 개의 발가락을 가졌을까요? 먼저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보면 발가락이 7개인 칠조룡이 있고, 근정전 뒤의 사정전에는 발가락이 넷 달린 용이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마이아트옥션 경매에 나왔던 “백자청화구름용무늬항아리”의 용은 발가락이 3개입니다. 왜 용의 발가락 숫자가 이렇게 다를까요?
먼저 중국 황제는 발가락 5개를 썼고, 제후는 4개를 썼으며, 3개는 세자를 상징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임금은 중국 황제의 제후로 생각하여 사정전 일월오봉도 위의 용 그림에 발가락이 4개인 사조룡(四爪龍)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고종 때 중건한 근정전에는 발가락이 7개 곧 칠조룡(七爪龍)입니다. 중국 황제를 뛰어넘는 당당한 황제로서의 위엄을 보인 것이라 하지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연호를 중국식으로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썼으며, 붉은색 곤룡포가 아닌 황룡포를 입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칠조룡을 보면서 고종황제의 자주적인 모습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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