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마음속에 102개 벼루를 품은 부자 조희룡

튼씩이 2021. 9. 27. 08:03

 

추사 김정희를 50년 동안 스승으로 모시고 글씨와 그림을 배운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은 중인 출신 화원이었습니다. 그는 벼루를 극진히 사랑했던 사람이지요. 자신의 서재 이름도 ‘102개의 벼루가 있는 시골집이라는 뜻으로 백이연전전려百二硯田田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조희룡이 벼루를 좋아했던 것은 쉽게 뜨거워졌다가 쉽게 차가워지는 염량세태炎涼世態 속에서 벼루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벼루는 군자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렇게 아끼던 벼루도 그가 유배에서 풀려나 돌아왔을 때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벼루가 남아 있지 않았어도, 그는 매화가 활짝 필 때면 그토록 아끼던 벼루를 꺼내 여전히 먹을 갈았지요. 평생 마음속에 담아둔 벼루는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늘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묵묵히 말해주고 있지요. ··화 삼절三絶의 예인 조희룡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담아둔 것을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