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선비들은 풍류風流를 즐길 줄 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풍류란 무엇일까요? 바람 ‘風’ 자와 물흐를 ‘流’ 자를 합친 ‘풍류’라는 말을 사전에서는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또는 ‘운치가 있는 일’로 풀이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자는 ‘속俗된 것을 버리고 고상한 유희를 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하고, 또 ‘음풍농월 吟風弄月’ 곧 ‘맑은 바람과 달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즐겁게 노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요.
옛 그림을 살펴보면 선비들 풍류의 삶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원 김홍도는 천하가 알아주는 멋진 풍류객이었는데, 꽃피고 달 밝은 저녁이면 거문고나 젓대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풍류는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라는 그림에서 잘 드러나지요. 그림 속의 선비는 책과 문방구 따위 여러 가지 물건 속에서 당비파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림 왼쪽에는 “종이창과 흙벽으로 된 집에 살지언정, 평생토록 벼슬하지 않은 채, 거기서 시를 읊조리며 산다네 紙窓土壁終身布衣嘯詠其中”라는 글을 적어 놓아 단원의 풍류를 짐작하게 합니다.
또 작자를 알 수 없는 <후원아집도後園雅集圖>라는 그림에서는 연꽃 핀 네모난 연못이 있는 뒤뜰에 멍석을 깔아 놓고 바둑을 두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선비들에게는 바둑을 두는 것도 또 하나의 풍류 즐기기였지요.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잘 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작은 일에 생각이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분방해야 하며, 뜻이 맞는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려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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