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매화꽃은 더욱 빛나고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새파란 대나무는 한결 고와라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난간에서 차마 내려가지 못하나니 憑欄未忍下빙난미인하
둥근 달 떠오르기 기다리려 함이네 爲待月華圓위대월화원
선조 때 여류시인 이옥봉의 「등루登樓」입니다. 매화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사랑해온 꽃입니다. 매화를 사랑한 여성으로 신사임당의 딸인 이매창이 있는데, 그녀는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 뛰어난 매화 그림을 그렸지요.
강릉 오죽헌 율곡기념관에는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이매창의 ‘매화도’가 전해옵니다. <매창매화도梅窓梅花圖>로 불리는 이 그림은 가로 26.5㎝, 세로 30㎝의 종이에 그린 묵화입니다. 굵은 가지와 잔가지가 한데 어우러져 은은한 달빛 아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매화를 실제로 보는 듯하며, 깔끔한 분위기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요즈음 피는 매화는 예쁜 꽃을 보기 위해 여러 품종을 접붙여 만든 것이라 합니다. 같은 매화라도 야생의 맛을 흠씬 풍기는 매화가 화엄사 길상암 앞 급경사지 대나무 숲에 자라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원래 매화나무 네 그루가 있었으나 세 그루는 죽고 이제는 한 그루만 남았지요. 2007년 10월 8일 천연기념물 제485호로 지정된 귀한 매화입니다. 이 매화나무는 속칭 ‘들매화野梅’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재배한 매화보다 작으나 꽃향기는 오히려 강한 것이 특징으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예부터 시·서·화에 자주 나오는 매화가 지금 우리 곁에서 한창 그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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