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초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걸작, 보물 제1483호 <이채李采 초상>을 보셨나요? 비단 바탕에 채색한 그림으로 세로 99.2cm, 가로 58cm이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초상화는 이채가 지체 높은 선비들이 입던 무색 심의深衣를 입고 중층 정자관程子冠을 쓴 뒤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반신상입니다.
그런데 <이채 초상>을 비롯한 조선의 초상화는 극사실화極寫實畵와 전신사조傳神寫照로 그렸지요. 먼저 이 초상에서 이채의 눈매를 보면 홍채까지 정밀하게 묘사되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것은 물론, 왼쪽 눈썹 아래에는 검버섯이 선명하게 보이며, 눈꼬리 아래에는 노인성 지방종까지 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살을 파고 나온 수염을 하나하나 세밀히 그렸으며, 오방색 술띠를 한 올 한 올 거의 ‘죽기 살기’로 그렸습니다. 그야말로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용서하지 않은 사실주의의 극치지요.
그런가 하면 조선 초상화의 또 다른 특징인 전신사조는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겉모습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의 내면세계까지 담아내는 것을 말하지요. 사람에게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담긴 정신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초상화에서도 이채의 꼿꼿한 선비다움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지요. 사대부의 나라이자 성리학의 나라였던 조선에서는 이렇게 초상화 하나에도 당시의 철학이 배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볼 때는 그 인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할 것입니다.
심의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입던 겉옷. 염색하지 않은 백세포(白細布)로 만들었으며 목 부분의 깃이 네모났고, 소매를 넓게 하고 검은 비단으로 가장자리를 돌렸다.
정자관 조선시대 사대부가 평상시 집에서 쓰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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