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농부들이 썼던 모자, 정당벌립
‘정당벌립’은 제주도 사람들이 밭일을 하거나 소나 말을 키울 때 썼던 댕댕이덩굴패랭이로 ‘정동벙것’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모자는 밀짚모자와 모양이나 기능이 비슷하지만, 머리가 모자 속으로 푹 들어가지 않고 윗부분에 얹히게 만들어 상투를 보호해주는 점이 다르지요. 이 정당벌립도 차양이 넓은데, 대신 윗부분을 말총으로 만든 총모자는 작고 뾰족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정당벌립은 특히 말이나 소를 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이상적인 모자입니다. 그 까닭은 정당벌립에 가시가 걸리더라도 가시는 모자에 닿자마자 미끄러져 모자가 벗겨지지 않고, 머리나 얼굴이 가시에 긁힐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갈옷과 함께 따가운 햇볕을 피하게 하고, 비 오는 날에는 새풀로 엮은 도롱이와 함께 입어 유용합니다. 숲이 우거진 한라산을 누비며 살아야 했던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에 적합한 모자지요.
정당벌립은 한라산에 자생하는 댕댕이덩굴로 만듭니다. 댕댕이덩굴 줄기는 내구성이 강하고 탄력성이 좋을 뿐 아니라 물에 젖으면 잘 구부러져 풀공예에 적합한 재료지요. 또 줄기의 지름이 2mm 이하여서 공예품을 만들면 짜임이 섬세하고 질감이 좋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댕댕이덩굴로 삼태기, 수저집, 바구니, 채반 따위를 만들어 썼습니다. 정당벌립을 만드는 장인은 제주도 시도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었는데 현재 기능 보유자는 홍만년 선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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