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장수도 유행을 따르다
조선시대 한복에도 유행이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저고리를 보면 조선초기인 1580년 청주 한씨의 덧저고리 길이는 무려 81cm나 되어 엉덩이까지 내려갔는데, 18세기 초 누비 삼회장저고리를 보면 42cm로 짧아집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로 오면 극단적으로 짧아지지요. 1780년 청연군주의 문단 삼회장저고리는 19.5cm이며, 1900년대에 아주 짧아진 저고리는 길이가 12cm밖에 안 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짧아진 저고리는 젖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 것은 물론 배래(한복의 옷소매 아래쪽 부분)도 붕어의 배처럼 불룩 나온 붕어배래가 아니라 폭이 좁고 곧은 직배래여서 혼자는 도저히 입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맵시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했던 것이 1930년대에 오면 다시 저고리 길이가 길어져 현대와 비슷한 26cm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후기 풍속화에는 이렇게 짧은 저고리가 많이 보입니다. 특히 혜원 신윤복의 그림 <저잣길>을 보면 두 여성이 등장하는데, 생선 행상을 하는 젊은 아낙의 저고리가 짧아 젖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지요. 뒷모습만 보이는 나이든 아낙의 긴 저고리와 대조적입니다. 저고리 길이의 유행은 기생들이 이끌었지만, 조선 후기쯤 되면 사대부가의 점잖은 여성을 빼고는 많은 여성이 짧은 저고리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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