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주가 치마에 포도를 그린 까닭은?
조선 중기에 매화, 대나무, 포도를 잘 그린 선비 화가 홍수주(洪受疇, 1642∼1704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환갑을 맞자 그 부인이 이웃에서 치마를 빌려 딸에게 입혔지요. 그때까지 딸한테 비단 치마를 입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환갑 잔칫날만은 빌려서라도 입히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치마를 빌린 줄은 모르고 홍수주 딸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음식상을 다루던 딸의 치마에 간장 방울이 튀어 얼룩이 지고 말았습니다. 큰일이었지요. 가난하여 치마를 해줄 형편이 못되던 홍수주는 고민 끝에 얼룩진 치마에 일필휘지로 포도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얼룩이 진 곳에 탐스러운 포도송이와 포도 잎사귀를 그리자 치마는 한 폭의 훌륭한 그림이 되었지요. 홍수주는 이 치마를 중국 사신단을 따라가는 역관에게 부탁하여 비싼 값에 중국인에게 팔았습니다. 그래서 이웃집에 치맛감을 갚았음은 물론 치마폭 몇 감을 더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홍수주는 3대에 걸쳐 관찰사를 지낸 가문 출신에다 도승지까지 지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청렴했던지 그의 집은 겨우 대여섯 칸에 기둥은 낡고 기와는 깨진 곳이 많았습니다. 도성의 양반집 부녀자들이 모두 비단옷으로 치장할 때, 홍수주의 사랑하는 막내딸은 누렇고 성근 올의 명주옷을 입고 지낼 수 밖에 없었지요. 그의 청렴결백은 이 시대 공직자에게 귀중한 교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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