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판서 오윤겸,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울다
조선 중기, 하루는 정사를 마치고 인조 임금과 신하들 사이에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이때 문신 오윤겸(吳允謙, 1559∼1636년)이 매우 취하여 임금 앞에 엎드려 울었지요. 이에 임금이 무슨 까닭인지 묻자 “나라가 망하려고 해서 웁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재차 임금이 왜 나라가 망하느냐고 물었고, 오윤겸은 “신이 사사로이 아는 사람을 처음 벼슬하는 사람으로 추천하였는데, 전하께서 누구냐고 물으셨을 때 사사로운 관계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낙점하셨습니다. 이에 전하께서 신과의 인연에 구애되어 바른 도리로 신하를 꾸짖지 않으신 것입니다”라고 말했지요.
오윤겸은 벼슬자리를 사사로이 줄 수가 없는데도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임금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울었던 것입니다. 영의정까지 지내면서도 끝없이 스스로 채찍을 가했던 그는 마지막 벼슬자리를 물러나면서 임금에게 간곡히 아룁니다. “사무를 밝게 살피는 것을 능사로 삼지 말며, 한 시대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하지 말아야 하나이다.”
오윤겸은 관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서 도덕성이 빠지면 제아무리 일을 잘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도덕성이 없는 관리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마치 꾀 많은 도적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내가 나라에는 공이 없고, 몸에는 덕이 없었다. 그러므로 비석을 세우거나 남에게 만장을 청하는 일을 하지 말라.” 오윤겸은 죽을 때 남긴 유언에서도 공명심을 좇는 불나방처럼 되는 것을 꺼렸습니다. 청렴결백한 모습으로 나라의 기운이 쇠하지 않기를 빌었던 진정한 관리였던 것입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도 오윤겸 같은 공직자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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