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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월노리로써 고래로부터 경기이남 각지에서 성행하는 것이엿스나 모다들 정월 십오륙일 즉 대보름날 한 것이다. 한 부락이 동서로 난누어저 각 집에서 집흘모아 굴근 바를 꼰다. 그리하야 그 마을의 사람들은 남녀 물론하고 모다 나와서 이 줄을 잡아 다니는 것이다. 이 줄에는 수(雄)줄 암(雌)줄이 잇서 동은 수, 서는 암이라고 불으며 이긴 쪽은 일 년 동안 병에도 안걸니며, 또 한해 농사도 풍작이라는 말이 잇슴으로 모다 자기의 힘을 다하야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승부를 결한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삼천리》 제5권 제1호(1933.1.1.)에 나오는 ‘그리운 우리 정조( 情調) 줄다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양쪽으로 패를 나눠 하는 놀이이기에 무엇보다도 마을사람들의 하나 됨이 필요한 놀이지요. 줄다리기는 어느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놀이로 이 놀이에 필요한 것이 굵고 튼튼한 줄입니다. 이러한 튼튼한 줄은 단순한 줄이 아닌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소중히 모셔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경상북도 포항의 모포리 마을에는 뇌성산 아래 골매기당에 있으며, 이곳에 줄이 모셔져있지요.
줄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신체(神體)로서 할배신과 할매신을 뜻하는데 마을에서는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해마다 정초에 당제를 지내고, 음력 8월 16일에는 골매기당의 줄을 꺼내어 줄다리기를 하는데 이기는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줄은 맞물리는 부분의 올가미모양 고리가 큰 것이 암줄이고 작은 것이 수줄로서 동편은 암줄이고 서편은 수줄입니다. 놀이가 끝난 뒤 줄은 다시 골매기당에 모셔지는데 마루바닥 위에 암줄을 똬리 틀듯 둥글게 말아놓고 그 위에 수줄을 올려놓는데 할배신과 할매신의 교합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골매기신으로 모셔지다가 1년에 한 번씩 줄다리기 줄로 쓰는 포항 모포줄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87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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