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지는 포항의 ‘모포줄’

튼씩이 2015. 11. 19. 20:29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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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1. 18.



“이것은 정월노리로써 고래로부터 경기이남 각지에서 성행하는 것이엿스나 모다들 정월 십오륙일 즉 대보름날 한 것이다. 한 부락이 동서로 난누어저 각 집에서 집흘모아 굴근 바를 꼰다. 그리하야 그 마을의 사람들은 남녀 물론하고 모다 나와서 이 줄을 잡아 다니는 것이다. 이 줄에는 수(雄)줄 암(雌)줄이 잇서 동은 수, 서는 암이라고 불으며 이긴 쪽은 일 년 동안 병에도 안걸니며, 또 한해 농사도 풍작이라는 말이 잇슴으로 모다 자기의 힘을 다하야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승부를 결한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삼천리》 제5권 제1호(1933.1.1.)에 나오는 ‘그리운 우리 정조( 情調) 줄다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양쪽으로 패를 나눠 하는 놀이이기에 무엇보다도 마을사람들의 하나 됨이 필요한 놀이지요. 줄다리기는 어느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놀이로 이 놀이에 필요한 것이 굵고 튼튼한 줄입니다. 이러한 튼튼한 줄은 단순한 줄이 아닌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소중히 모셔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경상북도 포항의 모포리 마을에는 뇌성산 아래 골매기당에 있으며, 이곳에 줄이 모셔져있지요.

줄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신체(神體)로서 할배신과 할매신을 뜻하는데 마을에서는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해마다 정초에 당제를 지내고, 음력 8월 16일에는 골매기당의 줄을 꺼내어 줄다리기를 하는데 이기는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줄은 맞물리는 부분의 올가미모양 고리가 큰 것이 암줄이고 작은 것이 수줄로서 동편은 암줄이고 서편은 수줄입니다. 놀이가 끝난 뒤 줄은 다시 골매기당에 모셔지는데 마루바닥 위에 암줄을 똬리 틀듯 둥글게 말아놓고 그 위에 수줄을 올려놓는데 할배신과 할매신의 교합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골매기신으로 모셔지다가 1년에 한 번씩 줄다리기 줄로 쓰는 포항 모포줄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87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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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4>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시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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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가업을 대대로 이어오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를 일컬어 시니세(老鋪)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오래된 가게라는 뜻이다. 이러한 시니세에는 백화점도 있고 된장가게도 있으며 기모노 같은 옷가게는 물론이고 오래된 여관이나 과자점도 있다. 무엇이든 자기 대에서 끝나지 않고 대를 이어 가는 가게라면 ‘시니세’인 것이다.

따라서 그 지방의 전통 있는 물건이나 먹거리 따위를 찾는 사람들은 그 고장의 시니세를 찾으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품질은 기본이고 무엇보다도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는 시니세는 시대에 유행하는 세련된 장식이나 점포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모르는 안정된 모습 속에서 정감어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딱히 시니세가 100년이라든가 몇 백 년이어야 하는 조건은 없지만 그래도 100년은 되어야 시니세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는 창업 100년 이상의 기업이 21,000개나 있다. 200년 이상의 기업은 3,000개가 있다고 한다. 주로 이러한 시니세 가게는 술과 전통과자점, 옷가게 따위의 전통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년 이상 된 가게는 일본이 3146개, 독일이 837개, 네덜란드가 222개, 프랑스가 196개로 조사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일본의 오래된 점포 ‘시니세’가 단연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니세가 오래도록 번창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인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동가게가 되었든 간장 가게가 되었든 그것이 천한 직업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한 대물림해서 가업을 잇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동경대를 나온 아들이 아버지의 우동가게나 여관을 자랑스럽게 이어가는 일이 흔하다. 모두 ‘시니세’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가능한 이야기다. 건설회사 주식회사금강조(株式社 金剛組)같은 회사는 서기 578년에 생긴 이래 가업을 잇고 있으니 올해로 1437년 째 가업을 잇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神社) 건축을 담당하는 이 건설회사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니세(老鋪)인 것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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