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01. 내일은 한로, 모레는 중양절, 국화전을 부쳐 먹을까?

튼씩이 2016. 10. 7. 11:2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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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0. 7.



내일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힌다는 24절기 열일곱째인 한로(寒露)이며, 모레는 우리 겨레가 명절로 지내왔던 중양절(重陽節, 重九)입니다. 한로와 중양절 무렵에는 국화전(菊花煎)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가 먹었는데 국화술은 그 향기가 매우 좋아 많은 사람이 즐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막걸리에 노란 국화를 띄워 마셨지요.

또 이무렵에는 추어탕(鰍魚湯)을 즐겨 먹었습니다. '미꾸라지 추(鰍)' 자를 보면 '가을 추(秋)' 자 앞에 '고기 어(魚)' 자를 붙인 것으로 보아 미꾸라지가 가을이 제철인 물고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 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일(重九日)이라 했는데 여기서 중양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쳤다는 뜻이며, 중구란 숫자 '9'가 겹쳤다는 뜻으로 양수가 겹친 날인 설날ㆍ삼짇날ㆍ단오ㆍ칠석과 함께 명절로 지냈습니다. 신라 때에는 중양절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또 중양절에는 붉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등고(登高)라고 하지요. 옛 사람들은 수유열매가 붉기 때문에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습니다.

옛 얼레빗 (2012-10-15)



2395. 암술에 립스틱을 바른 듯한 아름다운 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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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을 뚫고 피어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매화, 그 매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매화 못지않게 10월에 피어 뭇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물매화”도 있습니다. 물매화는 가을 들꽃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며 가을 연인이라고도 하지요.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라는 10~30cm 키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습기가 많지 않은 산기슭에서 자랍니다. 크기가 3cm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꽃 물매화 안에 온갖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물매화는 대부분 흰색 꽃이지만 일부 꽃은 암술에 빨간색 부분이 있어 “립스틱 바른 물매화”라고 부릅니다. 강원도 평창 대덕사 계곡에 물매화 군락지가 있는데 이 계곡의 물매화는 절반 정도가 이렇게 립스틱을 바른 꽃이죠. 그래서 물매화의 절정기인 9월부터 10월까지 그곳은 립스틱 물매화를 찍으려는 사진 동호인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룹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립스틱이 묻어있지 않은 밋밋한 흰꽃을 청초하다고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꽃이 피면서 이렇게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피는 꽃과 그렇지 않은 꽃이 피어나는 까닭은 아직 잘 모른다고 합니다. 또 같은 뿌리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피어난 꽃도 있답니다. 이제 아름다운 계절 10월, 립스틱 바른 물매화를 보러 가실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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