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을 뚫고 피어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매화, 그 매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매화 못지않게 10월에 피어 뭇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물매화”도 있습니다. 물매화는 가을 들꽃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며 가을 연인이라고도 하지요.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라는 10~30cm 키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습기가 많지 않은 산기슭에서 자랍니다. 크기가 3cm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꽃 물매화 안에 온갖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물매화는 대부분 흰색 꽃이지만 일부 꽃은 암술에 빨간색 부분이 있어 “립스틱 바른 물매화”라고 부릅니다. 강원도 평창 대덕사 계곡에 물매화 군락지가 있는데 이 계곡의 물매화는 절반 정도가 이렇게 립스틱을 바른 꽃이죠. 그래서 물매화의 절정기인 9월부터 10월까지 그곳은 립스틱 물매화를 찍으려는 사진 동호인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룹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립스틱이 묻어있지 않은 밋밋한 흰꽃을 청초하다고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꽃이 피면서 이렇게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피는 꽃과 그렇지 않은 꽃이 피어나는 까닭은 아직 잘 모른다고 합니다. 또 같은 뿌리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피어난 꽃도 있답니다. 이제 아름다운 계절 10월, 립스틱 바른 물매화를 보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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