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403. 미라와 함께 출토된 복식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

튼씩이 2016. 10. 11. 22:03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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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0. 11



2004년 3월 12일, 문경시 산양면 연소리에 있는 한 무덤을 이장하던 중 키 150㎝ 정도의 미라와 함께 복식 그리고 관련 유물 74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옷의 주인은 16세기 말엽 인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출토된 유물은 수의로 입었던 단령(團領-조선시대 관리들의 관복) 1점, 단령대 1점, 장옷 5점, 당저고리 2점, 장저고리 1점, 단저고리 6점, 적삼 4점, 치마 7점, 바지 5점, 소모자 1점, 버선 3점과 기타 주검 염습할 때 쓰는 도구 등 모두 74점이 출토되었지요.

출토복식 가운데 수의단령(壽衣團領)은 평산신씨가 수의로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수의로 단령을 입는 경우는 임진왜란을 전후한 때의 출토복식에서 보인다고 하지요. 이 단령은 공단으로 된 전체적으로 쪽빛이 남아 있는 홑단령입니다. 뒷길이 131cm, 앞길이 126cm로 뒤보다 앞이 짧습니다. 뒤품은 90cm로 매우 넓고 뒷길에는 어깨에서 41cm 내려온 지점에 좌우에 단추 1쌍씩을 부착하여 서로 짝을 끼우면 뒷길에 주름이 생겨 품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지요.

또 당저고리 2점은 여러 부분을 금선단(金線緞, 금실로 무늬를 넣어 짠 명주)으로 장식한 화려한 겹옷입니다. 앞뒤 도련과 겉섶과 안섶, 내어 달린 목판깃, 진동 아래 곁막이형 무를 금선단으로 장식하였지요. 뒷길이 84cm, 화장 98cm, 품 64cm이며 겨드랑이 아래로 트임이 있습니다. 조선 후기 당의(唐衣)의 전형으로 조선 전기 당의의 원형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지요. 이 출토복식은 2007년 중요민속자료 제254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문경 옛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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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속풀이 284>

제24회 임방울국악제 대상받은 김경아



일제강점기 민족의 울분과 한을 판소리로 달래주었던 임방울(1905~1961) 명창의 예술혼을 기리고 새로운 차세대 명창을 선발하는 축제의 한 마당, 제24회 <임방울국악제>가 9월 2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일에 걸쳐 광주시 소재,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광주광역시와 조선일보사, SBS가 공동 주최하고 임방울국악진흥회(이사장 김중채)가 주관해 오는 행사로 그 참여인원이나 상금규모에 있어서 국악계 최고의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경연의 분야는 판소리, 시조, 농악, 가야금병창, 기악, 무용으로 다양하다. 특히 판소리의 경우를 보면 더 세분화 되어 있어서 판소리 학생부, 판소리 일반부, 판소리 명창부, 퓨전 판소리부 등이며 다른 분야에도 학생부와 일반부, 명인 명창부, 등으로 구분이 되어 수준에 맞는 분야에 참여가 가능하다. 그래서 경연 참가자도 700명을 넘었다. 경연 참가자 뿐 아니라 각 분야별 심사위원의 수도 80명을 넘었으며 평가교수단이나 대회의 운영위원 등을 합하면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본 대회의 알찬 결실을 위해 최선을 다한 큰 잔치였다.

대회 첫날에는 판소리 학생부, 관악, 현악, 무용 예선이 있었고, 다음 날에는 각 장르의 치열한 예선 대회를 거쳤고, 마지막 날에는 판소리 명창부와 기악부, 무용부 결선이 광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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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제도의 하나가 심사위원의 선정이다. 심사위원은 대회 전날, 인력풀을 활용하여 공개 추첨방식으로 선정한다고 한다. 각 분야의 심사위원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예능보유자나 대학교수, 또는 전문연구원 등 7명의 구성이다. 결선의 심사위원들은 전날 예선의 심사위원들과는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면면이며 이들은 최고와 최저 점수를 제외한 5인의 점수 합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대회의 정점은 SBS가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마지막 날의 판소리 명창부, 기악부, 무용부문의 대상자 선정과정이다. 각 분야 7명의 심사위원들은 무대 앞에 자리 잡고 앉아서 순번에 의한 경연자들이 경연을 끝낼 때마다 즉시 채점표를 제출 그 자리에서 점수를 공개한다. 이 점수는 영상(프로잭트)으로 즉시 공개되어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이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이 결과는 대극장 벽보에 부착하여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판소리 명창부는 전 바탕을 완창(完唱)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만 경연에 참가하도록 되어 있다. 불러야 할 대목을 경연자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일 추점을 통해 불러야 할 대목을 지정받기 때문에 웬만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사을 받기는커녕, 출전도 불가능한 대회가 바로 임방울 국악제 본선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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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2016년도 임방울 국악제에서 영예의 대상 곧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이 바로 판소리 명창부에 참여한 김경아라는 소리꾼이다.

그 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의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광주 문예회관 대극장을 메운 1800여 관객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응답했다. 그가 부상으로 받은 상금액만 무려 3,000만원이었고, 약 1,000여만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도 받아 상금액수가 무려 4천만 원에 이른다.

<임방울국악제>에서는 2등에게도 방일영 상을 수여하는데, 역시 상금액이 1,600만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액의 상금보다도 더 귀중하고 진정한 가치는 명창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는 명예일 것이며 그동안 각고의 시간을 이겨낸 노력에 대한 당당한 보상이 아닐까 한다.

김경아가 본선에서 부른 노래는 춘향가 중 박석치 대목이었다.

“박석치 올라서서 좌우 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옛 보든 산이요, 물도 옛 보든 녹수로구나. 대방국의 놀든 데가 동양물색이 더욱 좋다. <중간 줄임> 광한루야 잘 있으며 오작교도 무사트냐? 광한루 높은 난간 풍월 짓던 곳이로구나. 화림의 저 건네는 추천미색이 어데를 갔느냐. 나삼을 부여잡고 누수작별이 몇 해나 되며 영주각의 섯난 데는 불개청음허여 있고, 춤추는 호접들은 가는 봄빛을 아끼난 듯, 벗 부르는 저 꾀꼬리는 객의 수심을 자아낸다.”

이 대목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 입구에 있는 박석고개를 올라 좌우를 내려다보며 춘향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대목이다. 우조로 담담한 광경을 노래하다가 고개를 지나 춘향의 집에 다다르게 되면 집은 폐허가 되다시피 해서 구슬픈 느낌을 주는 계면조로 부르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김경아는 얼마 전에 작고한 판소리 춘향가의 예능보유자, 성우향의 애제자이다. 그동안의 공력이 인정되어 심사위원들로부터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대중가요를 즐겨 부르곤 했는데, 아버지는 판소리를 좋아해 어려운 살림에도 전축을 사들여 판소리를 즐겨 듣고 했다는 것이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듣게 되었던 그 가락들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오늘의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활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예능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곧 그를 본격적인 소리꾼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국악예고를 거쳐 대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받게 되는 집념의 소리꾼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의 대통령상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리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 임방울 대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 너무도 기쁩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일념으로 소리공부에 매진하여 스승의 뒤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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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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