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11

(얼레빗 제5035호) 맑은 물을 담아두는 ‘물가풍경무늬 정병’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무늬 정병‘이 있습니다. 정병은 맑은 물을 담아두는 병으로, 원래 승려가 지녀야 할 열여덟 가지 물건 가운데 하나였으나 점차 불전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쓰였습니다. 또 불교의식을 할 때 쇄수게(灑水偈, 관음보살을 찬탄하는 소리)를 행하면서 의식을 이끄는 승려가 솔가지로 감로수를 뿌림으로써 모든 마귀와 번뇌를 물리치도록 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 고려시대인 12세기에 만들어진 국보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무늬 정병‘, 높이 37.5 cm 정병은 주로 물가의 풍경을 담아냈는데, 언덕 위로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또는 물 위로 노를 저어가는 어부와 낚시꾼 등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이 모든 풍광이 표면에 홈을 파서 은선을 두드려 박는 은..

(얼레빗 제4956호) 표주박 모양의 주전자와 승반 꾸러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와 승반(承盤)’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전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발 모양 승반이 한 벌을 이룹니다. 주전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며, 승반은 주자를 받쳐 주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주전자와 승반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 청자 풀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승반, 12세기 후반~13세기, 전체 높이 29.7cm,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식물이나 동물, 사람 등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청자를 ‘상형청자(象形靑磁)’라고 하는데, 이 주전자도 표주박 모양을 닮아 있어서 상형청자의 하..

청자 사자장식 향로ㆍ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1123년 서긍(徐兢, 태어나고 죽은 때 모름)은 송 휘종이 파견한 국신사 일행 가운데 한 명으로 한 달 남짓 고려에 머물면서 공식일정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고려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그에 대한 면모를 기록한 것이 바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입니다. 이 책의 그릇 부분에는 고려의 다양한 그릇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도로조(陶爐條)’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산예출향도 비색이다.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무늬가 떠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그 나머지는 월요의 옛날 비색이나 여주에서 요즘 생산되는 도자기와 대체로 비슷하다.” 위의 내용은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습니다. ‘산예출향(狻..

(얼레빗 4692호) 신선을 본떠 만든 ‘청자 선인모양주전자’

청자의 원조라 말하는 송나라 때에 "고려청자의 비색 천하제일."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 고려청자 가운데 ‘청자 칠보투각향로(국보 제95호)’,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 매병(국보 68호)‘, ‘청자 상감 모란무늬표형병(국보 제116호) 등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려 사람들이 신선을 본떠 만든 청자 주전자도 우리의 눈에 띕니다. 바로 ’청자 선인(仙人)모양주전자(국보 제167호)‘가 그것이지요. ▲ ’청자 선인(仙人)모양주전자(국보 제167호), 국립중앙박물관 1971년, 대구 교외의 한 과수원에서 땅을 파다가 높이 28cm, 바닥지름 19.7cm의 이 청자 주전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청자 유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국보로 지정되었을까요? 고려청자는 상당히 많이 남아있지만, 출..

연꽃 위에 앉은 거북이

연꽃 위에 앉은 거북이 푸른색 자기 술잔을 구워내 열에서 하나를 얻었네 선명하게 푸른 옥 빛나니 몇 번이나 짙은 연기 속에 묻혔었나 영롱하기 맑은 물을 닮고 단단하기 바위와 맞먹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었나 보구려 가늘게 꽃 무늬를 점 찍었는데 묘하게 정성스런 그림 같구려 고려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는 청자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 아름다운 청자 가운데 연꽃 위에 거북이가 앉아 있는 주전자가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96호 ‘청자 구룡형 주전자靑磁龜龍形注子’입니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청자 주전자로, 크기는 높이 17cm, 밑지름 10.3cm지요. 얼굴 모습은 거북이라기보다 오히려 용에 가까운데, 그래서 ..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궁중화원의 그림 솜씨,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 고려시대 우리 겨레는 찬란한 청자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러다 조선시대 들어 청자 대신 백자가 유행했습니다. 고려는 불교와 귀족의 나라로 사후세계의 구원에 관심이 많았기에 환상적이며, 불교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상감기법을 이용한 많은 무늬와 화려한 색깔의 청자가 발달했지요. 반면 조선은 성리학이 중심이 된 나라로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그릇으로서 도자기는 무늬, 색깔보다는 견고하고 기능적인 것을 선호한 탓에 백자가 발달했습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두 나라의 철학적 배경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초기의 조선백자 가운데 국보 제166호 ‘백자 철화 매죽무늬 항아리’가 눈에 띕니다. 높이 41.3cm, 입지름 ..

머리는 용, 몸통은 물고기 모양 청자 주전자

머리는 용, 몸통은 물고기 모양 청자 주전자 송나라 학자 태평노인太平老人은 고려청자에 반한 나머지 「수중금袖中錦」이라는 글에서 ‘고려비색 천하제일高麗翡色 天下第一’이라 적었다고 하지요. 그 비색 청자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지난 2013년 열렸는데, 당시 전시된 작품 가운데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 모양 주전자靑磁飛龍形注子’는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지요. 높이 24.4cm, 몸통지름 13.5cm인 이 주전자는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한 뚜껑에 술을 붓고 용 주둥이로 술을 따르는 모양새입니다. 살아 있는 듯 섬세하게 만들어진 용의 머리에, 날아오를 듯한 물고기의 몸을 갖추고 있습니다. 용머리에 물고기 몸통을 한 상상의 동물을 ‘어룡魚龍’이라 부르는데, 힘차게 펼친 지느러미와 치켜세운 꼬리가 마치 물을 박..

(얼레빗 4302호) 상상 속 동물 형상, 청자 비룡모양 주전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상상 속의 동물을 형상화한 국보 제61호 ‘청자 비룡모양 주전자’가 있습니다. 머리는 용, 몸통은 물고기의 형상으로 이러한 동물을 어룡(魚龍)이라 하는데, 이 주전자는 지느러미가 날개처럼 확대되고 꼬리 부분이 치켜세워져 마치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 ..

(얼레빗 4131호) '훈민정음 해례본' 지켜낸 독립운동가 전형필

한국문화편지 4131호 (2019년 07월 29일 발행) '훈민정음 해례본' 지켜낸 독립운동가 전형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1][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탁자 위엔 비취빛 하늘에 69 마리의 학이 오르내리는 청자 매병 한 점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매병의 주인은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배짱으..

(얼레빗 3928호) 빛깔이 아름다운 “상감당초무늬 청자대접”

한국문화편지 3928호 (2018년 10월 17일 발행) 빛깔이 아름다운 “상감당초무늬 청자대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28][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고려청자의 전성기 때 만들어진 청자대접으로 높이 6.05㎝, 입지름 16.8㎝, 밑지름 4.4㎝ 크기의 국보 제115호 “상감당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