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위에 앉은 거북이
푸른색 자기 술잔을 구워내 열에서 하나를 얻었네
선명하게 푸른 옥 빛나니 몇 번이나 짙은 연기 속에 묻혔었나
영롱하기 맑은 물을 닮고 단단하기 바위와 맞먹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었나 보구려
가늘게 꽃 무늬를 점 찍었는데 묘하게 정성스런 그림 같구려
고려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는 청자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 아름다운 청자 가운데 연꽃 위에 거북이가 앉아 있는 주전자가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96호 ‘청자 구룡형 주전자靑磁龜龍形注子’입니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청자 주전자로, 크기는 높이 17cm, 밑지름 10.3cm지요.
얼굴 모습은 거북이라기보다 오히려 용에 가까운데, 그래서 거북 ‘구(龜)’자와 용 ‘룡(龍)’ 자를 써서 ‘구룡형 주전자’라고 합니다. 뿔과 수염, 갈기, 눈, 이빨, 비늘 따위가 모두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게 표현되어 숙련된 도공의 작품임을 알 수 있지요. 두 눈은 검은색 물감을 써서 점을 찍고, 목과 앞가슴의 비늘은 오목새김(음각)인데 발톱은 돋을새김(양각)을 해서 실감이 납니다. 등에는 거북등무늬 안에 임금 ‘왕(王)’ 자를 써넣었고, 등 뒤로 꼬아 붙인 연꽃 줄기는 손잡이가 되었으며, 거북등 가운데에는 작은 연꽃잎을 오므려 그곳에 물을 붓습니다. 우아한 비취빛이 아름다운 이 주전자는 당시 유행한 동식물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청자로 고려인의 미적 감각을 뽐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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