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11

(얼레빗 제5005호) 광해군의 총애를 받은 김개시, 비선실세였다

“김개시는 친척 딸의 남편인 ‘정몽필’을 양자로 삼아, 뇌물 챙기기와 백성을 수탈하도록 했다. 또 김개시는 밤낮으로 정몽필과 방에 틀어박혀 음란한 행동을 일삼았고, 국정농단과 매관매직 같은 온갖 악한 짓을 함께 저질렀다.” 이는 펴낸이를 알 수 없는 책으로 조선시대 야사와 잡록을 모아놓은 《대동야승(大東野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김개시는 조선후기 제15대 광해군의 총애를 받아 권세를 누린 궁녀인데 민첩하고 꾀가 많았으며, 이를 배경으로 국정에 관여하여 권신인 대북(大北)의 영수 이이첨(李爾瞻)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윤선도(尹善道)ㆍ이회(李洄) 등이 여러 차례 상소하여 잘못을 지적하였으나, 도리어 그들이 유배되고 말았지요. 1623년(광해군 15) 인조반정이 일어..

뼈다귀를 놓고 뭇 개들이 싸우는구나

투구행(鬪狗行) - 권필 誰投與狗骨(수투여구골) 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주었나? 群狗鬪方狠(군구투방한) 뭇 개들 사납게 싸우는구나 小者必死大者傷(소자필사대자상) 작은 놈은 반드시 죽고 큰 놈은 다치니 有盜窺窬欲乘釁(유도규유욕승흔) 도둑놈이 엿보다 그 틈을 타려 하네 主人抱膝中夜泣(주인포슬중야읍) 주인은 무릎 껴안고 한밤에 우는데 天雨墻壞百憂集(천우장괴백우집) 비 내려 담장 무너져 온갖 근심 모인다 위 시는 석주 권필의 ‘투구행(鬪狗行)’이란 시다. 우의적(寓意的) 방법을 써서 당쟁(黨爭)을 일삼는 당시 정치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뼈다귀를 던져 주자 뭇 개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무섭게 싸운다. 이때 작은놈은 죽고 큰놈은 다친다. 도둑놈은 그 틈을 엿본다. 그 틈에 나라의 방비는 무너진다. 여기서..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 인목황후, 「칠언시」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 인목황후, 「칠언시」 늙은 소 논밭갈이 힘쓴 지 이미 여러 해 老牛用力已多年 목 부러지고 살갗 헐었어도 잠만 잘 수 있다면 좋으리 領破皮穿只愛眠 쟁기질, 써레질도 끝나고 봄비도 넉넉한데 犁耙已休春雨足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두드리나 主人何苦又加鞭 선조(宣祖)의 계비(繼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가 큰 글자로 쓴 칠언시(七言詩)입니다. 크기는 세로 110cm, 가로 50cm이고 종이에 쓴 것으로 근대에 족자로 만들어졌는데,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칠장사(七長寺)에 소장되어 있지요. 광해군 5년(1613년)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추대하려 했다는 공격을 받아 사약을 받고 죽은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을 위해 인목왕후가 칠장사를 원당(願堂)으로 삼아 중건하면서..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추다 – 정온, 「절매식호중」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추다 – 정온, 「절매식호중」 매화야 가지 꺾였다고 상심치 말아라 寒梅莫恨短枝嶊 나도 흘러흘러 바다를 건너 왔단다 我亦飄飄越海來 깨끗한 건 예로부터 꺾인 일 많았으니 皎潔從前多見折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춰두렴 只收香艶隱蒼苔 조선 중기의 문신인 동계(桐溪) 정온(鄭蘊)이 지은 한시 「절매식호중(折梅植壺中, 매화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꽃고)」입니다. 정온은 부사직(副司直)으로 있던 1614년 영창대군이 죽었을 때, 그의 처형이 부당하며 영창대군을 죽인 강화부사 정항(鄭沆)을 참수(斬首)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지요. 그러자 광해군은 크게 분노했고, 결국 정온은 제주도의 대정현(大靜縣)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고 말았습니다. 반정으로 인조가 보위에 오른 뒤 사자(使者)가 정온..

공신전을 백성에게 돌려준 청백리 이해

공신전을 백성에게 돌려준 청백리 이해 ‘공신전(功臣田)’은 고려·조선시대에 나라 또는 왕실에서 특별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준 땅을 말합니다. 특히 나라를 연다든지 새로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공로가 큰 신하에게 주는 경우가 많았지요. 조선시대에는 조선 개국에 공을 세워 태조 때 책봉된 개국공신(開國功臣)을 비롯하여 태종·단종·세종·중종·인조·영조 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19회에 걸쳐 공신을 책봉하고 공신전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공신전은 개인 재산이 되어 상속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세금도 면제되었습니다. 이 공신전을 받은 사람으로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 때의 이해(李澥, ?∼1670년)도 있지요. 그는 반정의 공으로 개성부 유수 벼슬을 받은 것은 물론 공신전 150결(약 165만 평)을 받았습니다. 여의도 면..

시 한 편과 목숨을 바꾼 권필

시 한 편과 목숨을 바꾼 권필 궁궐 버들 푸르고 꽃은 어지러이 나는데 宮柳靑靑花亂飛 성 가득 벼슬아치 봄볕에 아양 떠네 滿城冠蓋媚春輝 조정에선 입 모아 태평세월 노래하지만 朝家共賀昇平樂 누가 포의 입에서 위험한 말을 하게 했나 誰遣危言出布衣 조선 중기의 시인 석주(石洲) 권필(權韠 1569~1612)의 「궁류시(宮柳詩)」입니다. 때는 광해군 시절로 유씨 가문이 득세했습니다. 무려 일가 다섯이 동시에 급제하기도 했는데 이는 소위 ‘뇌물비리’에 의한 것이었지요. 임숙영이라는 선비는 과거에서 이러한 행동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했고, 광해군은 격노하여 임숙영의 합격을 취소시켰습니다. 이를 개탄한 권필은 「궁류시」를 지었고, 이로 인해 매를 맞은 다음 유배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권필은 사람들이 주는 이별주를 폭음하..

(얼레빗 4120호) 오늘은 초복, 복더위를 이열치열로 물리치자

한국문화편지 4120호 (2019년 07월 12일 펴냄) 오늘은 초복, 복더위를 이열치열로 물리치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0][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복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입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데 하지 후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

(얼레빗 4108호) 충혈된 광해군의 눈, 안질이냐 광폭해서냐?

한국문화편지 4108호 (2019년 06월 26일 발행) 충혈된 광해군의 눈, 안질이냐 광폭해서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08][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재청은 6월 25일 《조선왕조실록》 96책을 확인해 국보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추가로 국보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 가운..

(얼레빗 3960호) 한 많은 경희궁, 원래 경덕궁이었다

한국문화편지 3960호 (2018년 11월 30일 발행) 한 많은 경희궁, 원래 경덕궁이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60][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태종 5년에 지은 창덕궁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렸는데 광해군 때 복구는 하였지만, 광해군은 창덕궁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일부 풍수지리가의 말..

7월 16일 - 유두 풍습 둘, 유두에 비가 오면 사흘 온다

옛사람들은 날씨와 관련되거나 특정한 날에 비와 관련한 속담을 많이 만들어 썼는데 4월 20일쯤인 곡우(穀雨)에 ‘비가 안 오면 논이 석 자가 갈라진다’는 말이 있고 음력 5월 10일은 태종우(太宗雨)라 하여 반드시 비가 내리는데 이는 백성을 사랑했던 태종이 죽어서도 풍년을 빌어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