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사랑 8

(얼레빗 제5009호) ‘말로만 한글 사랑’, 우리말을 쓰는 노력을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8돌, 창제한 지는 581돌이 되는 날입니다. 한글은 세종이 천지자연의 소리 이치를 그대로 담아 창제한 글자요 예술이요 과학임은 이제 세계가 압니다. 더더욱 훈민정음은 한문에 능통하고 절대군주였던 세종의 크나큰 백성사랑이 돋보이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오늘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을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날 여기저기서 행사를 하고 그걸 문화부가 장려하면 무얼 합니까? 한글과 우리말 주무부서인 문화부 누리집에 첫 화면에 을 어긴 인스타그램 꼭지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선 ‘EVENT’라는 영어가 쓰였고, 한글로 썼지만 ‘로컬’, ‘굿즈‘ 같은 영어도 보이니 말입니다. 문화부가 그러니 중소벤처기업부는 ’화이팅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얼레빗 제4941호) 세종, 백성이 싫다는 정책은 밀어붙이지 않아

“백성이 좋지 않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 그러나 농작물의 잘되고 못된 것을 가서 자세히 관찰하고 조사할 때 각기 제 주장대로 고집하여 공정성을 잃은 것이 자못 많았고, 또 간사한 아전들이 잔꾀를 써서 부유한 자를 좋게 하고 빈한한 자를 괴롭히고 있어, 내 심히 우려하고 있노라.” ▲ 서울 여의도공원에 있는 세종 동상, 세종이 동상 앞 시민을 굽어보는 듯하다. 위는 《세종실록》 12년 7월 5일 치 기록입니다. 세종임금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백성이 싫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도자의 생각이 만능이 아닐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임금이라도 맘대로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벼슬아치들이 공정성을 잃어 양반과 부자만 좋게 하고 가난한 백성을 괴롭히고 있..

(얼레빗 제4864호) ‘원산대호’라고 외쳐야 알아듣는 사람 없다

“옛날 어느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처가에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 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내외뿐인 터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을 불러 모았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뜻인즉 이렇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가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 윗글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과 우리말대학원장을 지낸 고 김수업 선생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말꽃타령”》에 나오는 글입니다. 글깨나 배웠다고 어려운 한자말로 소리쳤는데, 아무도 뛰어오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하지요.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얼레빗 제4801호) 한글에 영어 또는 한자 뒤섞는 짓 중단해야

우리나라 법 가운데는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005년 1월 27일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된 이 법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했다.”라고 합니다. 이 법의 중심에는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공문서뿐만 아니라 홍보물도 한글로만 작성하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이에 소속된 기관들은 한글에 영어와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을 넘어서서 영어와 한자를 주인처럼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국립국악원은 프로젝트 이름을‘Gugak in 人’으로 썼고, 국립무형유산원은 특별전을 열면서 이름을 '함께 EAT다'라고 썼습..

(얼레빗 4539호) 조선 무관의 삶을 읽다, 《국역 노상추일기》

한 사람이 67년이나 일기를 썼다면 엄청난 일일 것입니다. 조선시대 무관 노상추는 현존 조선시대 일기 가운데 가장 긴 67년 동안 일기를 썼고 최근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를 국역하여 《국역 노상추일기》 펴냈습니다. 《국역 노상추일기》는 18~19세기 조선의 사회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1차 사료입니다. 노상추가 1763년(18살)부터 1829년(84살)까지 기록한 일기에는 4대에 걸친 대가족의 희로애락, 각처에서의 관직 생활, 당시 사회의 정황 등 그를 둘러싼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있지요. ▲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원본(국사편찬위원회 소장) 노상추는 자신의 일기가 후손들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기를 희망하며 삶의 경험과 의례 풍습 절차, 올바른 처신 등에 대하여 상세히 기록하였습니다. 《국역 노상..

(얼레빗 4339호) ‘백성사랑’으로 위대한 세종대왕

내일은 우리의 위대한 임금 세종대왕(1397~1450) 곧 ‘이도(李祹)’가 태어나신 날입니다. 《세종실록》 1권, 총서에 보면 “태조(太祖) 6년 정축 4월 임진에 한양(漢陽) 준수방(俊秀坊) 잠저(潛邸)에서 탄생하였으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세종을 위대한 성군으로 부르는 까닭은 ..

(얼레빗 4182호) 백성사랑으로 이룬 세계 으뜸글자 한글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글을 으뜸글자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글날만 되면 언어학자로서 최고의 글자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친구 친지, 제자들을 불러 잔치를 하곤 했다지요. 그러면 왜 한글이 이렇게 으뜸글..

(얼레빗 4181호) ‘故人의 冥福’을 꼭 한자로 빌어야 만 하나?

장례식장에 가보면 분향실 입구에 많은 조화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조화의 리본에는 거의가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더러는 “謹弔”라고 쓴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자로 써야 품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아직도 상가집 조화 리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