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 8

(얼레빗 제4896호) 눈이 많이 온 함경도에 설마로 쌀을 날랐다

“함길도 감사가 아뢰기를, ‘길주 이북에 눈이 깊이 쌓이고 풀이 묻히어, 들에 놓은 소와 말이 태반이나 굶어 죽었사온데, 회령(會寧)ㆍ경원(慶源) 두 읍이 더욱 심하여 새로 옮겨 온 백성들의 농우(농사일에 부리는 소)와 전마(戰馬, 전쟁에 쓰는 말)가 거의 다 죽었습니다. 이에 각 고을이 피(볏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와 콩을 나눠주게 하고, 다방면으로 풀을 베어 먹이게 하고 있사오며, 또 새로 이사 온 백성들이 길을 통행하지 못하옵기에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67권, 세종 17년(1435) 3월 12일 기록으로 함경도 회령과 경원에 눈이 많이 와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했다는 얘기입..

(얼레빗 제4804호) 겨레문화의 자부심 이수광의 《지봉유설》

조선시대에는 백과사전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이 여럿 있습니다. 먼저 영조 임금의 명으로 펴낸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지봉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성호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오주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풍석 서유구(徐有,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같은 책들이 그것입니다. 그 가운데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은 1614년에 펴낸 책으로 우리나라 첫 문화백과사전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 《지봉유설(芝峯類說)》 2책(권3~4), 성호박물관 / 《지봉유설》(권8), 교과서박물관 이 《지봉유설》의 폭넓은 지식을 보면 권 2의 〈외국조〉에 섬라(暹羅, 태국), 진랍국(眞臘國, 캄보디아), 방갈자(榜葛刺..

나라가 어려울 때 떨쳐 일어선 기생들

나라가 어려울 때 떨쳐 일어선 기생들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이익(李瀷)은 기생이 ‘양수척(楊水尺)’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양수척은 곧 유기장(柳器匠)인데, 이들은 원래 소속도 없고 부역에 종사하지도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버드나무로 키·소쿠리 등을 만들어 팔고 다녔습니다. 고려가 후백제를 칠 때 이들이 가장 다스리기 힘든 집단이었다고 하지요. 뒤에 이들이 남녀노비로서 읍적(邑籍)에 오를 때, 용모가 고운 여자를 골라 춤과 노래를 익히게 하여 기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선 말기에 이르면 이 기생이 일패(一牌), 이패(二牌), 삼패(三牌)로 나뉘게 됩니다. 일패 기생은 관기(官妓)를 두루 일컫는 것으로 예의범절에 밝고 몸을 내맡기는 일을 수치스럽게 여겼으며, 전통가무의 보존자이자 전승자로서 ..

(얼레빗 4547호) 양반과 평민이 함께 싣던 짚신

짚신은 볏짚으로 삼은 신발로 초혜(草鞋)라고도 하며, 재료에 따라 왕골신[菅履]ㆍ청올치신[葛履]ㆍ부들신[香蒲履]도 있는데 특히 짚신과 같은 모양이지만 삼[麻]이나 노끈으로 만든 것을 ‘미투리’ 또는 삼신[麻履]이라 하며 이는 짚신보다 훨씬 정교하지요. 짚신의 역사는 약 2천여 년 전 마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송나라 마단림(馬端臨)은 《문헌통고(文獻通考)》에서 “마한은 초리(草履)를 신는다.”라고 했는데 이 초리가 바로 짚신입니다. ▲ 짚신, 국립민속박물관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그의 책 《성호사설》에서 “왕골신과 짚신은 가난한 사람이 늘 신는 것인데 옛사람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선비들은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니, 하물며 짚신이야 말해 무엇 하겠..

(얼레빗 4473호) 큰 값어치의 조선시대 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조선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백과사전 격인 책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이수광이 펴낸 《지봉유설(芝峰類說)》이 시작이고, 영조임금의 명으로 1770년에 나온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성호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따위가 그것이지요.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조선 후기 때 문신이자 학자인 서유구(徐有, 1764~1845)가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책 900여 종을 참고로 하고 시골 마을에서 보거나 수집한 문헌 자료를 정리해서 1827년(순조 27)에 엮어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도 백과사전의 하나입니다. ▲ 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임원경제지》를 쓴 서유규 《임원경제지》는 농업 일반을 다룬..

(얼레빗 4337호) 제주 고유의 먹거리 문화를 만든 제주 흑돼지

코로나19와 관련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지난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객들은 대부분 제주도 흑돼지 고기를 먹고 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제주 재래 흑돼지는 옛날 만주지역에서 살던 돼지가 우리 겨레와 함께 한반도로 들어와 기르게 ..

5월 13일 - 푸른 5월은 혼인의 계절 다섯, 신부가 연지를 찍는 까닭

‘연지’는 잇꽃의 잎으로 만든 붉은 물감입니다. 잇꽃은 두해살이풀로, 홍람(紅藍), 홍화(紅花), 이꽃, 잇나물이라고도 하지요. 연지는 뺨에 찍는 것을 말하고, 곤지는 이마에 둥글게 찍는 것을 말합니다. 고구려 시대 고분인 수산리 벽화 무덤 행렬도와 쌍기둥 무덤 행렬도에 나타난 귀..

5월 6일 - 오늘은 입하, 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입하(立夏)는 여름에 든다는 뜻으로,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절기입니다. 푸름이 온통 산과 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지요. 이맘때는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집니다. 서울 송파지역에서는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무리를 시절음식으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