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27

(얼레빗 제5041호) 오늘 ‘동지’, 평화의 팥죽을 쑬까?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둘째 절기 ‘동지(冬至)’로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지요.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 형초(荊楚, 지금의 후베이ㆍ후난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옵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돌림병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 한강, <조용한 날들 2>

조용한 날들 2                                                           - 한강      비가 들이치기 전에     베란다 창을 닫으러 갔다      (건드리지 말아요)      움직이려고 몸을 껍데기에서 꺼내며 달팽이가 말했다      반투명하고 끈끈한     얼룩을 남기며 조금 나아갔다      조금 나아가려고 물컹한 몸을 껍데기에서     조금 나아가려고 꺼내 예리한     알루미늄 세시 사이를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1초 안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갔다  ▲ 달팽이,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라고 한다.(출처 크라우..

(얼레빗 제4900호) 위엄 있는 표정의 청룡이 그려진 세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청룡도(靑龍圖)’ 그림이 있는데 이는 새해 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림입니다. 새해를 맞아 나쁜 것을 막고 복을 지키기 위해 그린 이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하는데 대문에 많이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합니다. ▲ 세화 ‘청룡도(靑龍圖)’, 종이, 세로 222.0cm, 가로 217.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세로 222.0cm, 가로 217.0cm의 큰 그림으로 구름 속에 몸을 틀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모습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몸체를 윤곽선으로 나타낸 다음 먹이 밖으로 번지는 모양으로 주위를 처리하였지요. 섬세한 필선으로 그려져 먹구름 속을 나는 용의 표정에는 위엄이 있으며, 그 아래 굽이치는 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기념우표

강강술래는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세시풍속 중 하나이며, 주로 부녀자들이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만들며 도는 전통 공동체 놀이입니다. 대한민국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강강술래는 전통적으로 민간의 중요 절기, 특히 대보름이나 한가위 때 가장 큰 규모로 행해졌습니다. 이번 기념우표에서는 2009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강술래를 소개합니다. 강강술래는 종합예술로서 노래와 춤이 중심이 되며, 간단한 악기가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강강술래’라는 이름은 노래의 후렴구에서 비롯되었는데,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한 사람이 선창(앞소리)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뒷소리를 이어받아 부릅니다. 선창의 빠르기에 따라 긴(늦은)강강술래, 중강강술래, 자진(잦은)강강술래로 구분되..

<태양의 잔치, 단오>, 신나는 씨름 한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23년 단오(6월 22일)를 맞이하여 6월 18일부터 24일까지(서울 6월 18일, 21~22일 / 파주 6월 22~24일) 단오 세시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에서는 단오와 관련된 세시풍속 체험과 공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단오(端午)는 음력 5월 5일로 한해 가운데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자 인간이 태양신[日神]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날이다. 수릿날ㆍ중오절(重五節)ㆍ천중절(天中節)ㆍ단양(端陽)이라고도 불린 단오는 예로부터 설날과 같이 큰 명절로 여겨져 왔다. □ 씨름꾼과 구경꾼이 하나 되는 잔치마당, 6월 18일(일) 단오 행사의 하나로 대한씨름협회와 함께 를 연다.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씨름협회는 전통문화의 저변확대와 촉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얼레빗 제4793호) 나무를 해도 아홉 짐을 하던 정월대보름

2월 5일은 한해 가운데 보름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은 예부터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비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운수가 좋다."고 하여 이날은 남녀노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대보름날은 다채로운 세시풍속이 전합니다. 특히 정월대보름에는 “복토 훔치기”란 재미난 풍속이 있는데 부잣집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하는 것입니다. 또 “용알뜨기” 풍습이 있는데 이는 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우물물을 길어오면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

(얼레빗 제4792호) 우리의 마음에도 입춘축을 붙여볼까?

2월 4일은 24절기를 시작하는 날로,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입니다. 입춘 무렵의 세시풍속으로는 봄이 온 것을 기리어 축원하는 입춘축(立春祝)을 집 대문이나 대들보ㆍ천장 따위에 붙이지요. 입춘축을 다른 말로는 춘축(春祝),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련(春聯), 문대(門對), 춘첩자(春帖子), 춘방(春榜), 대련(對聯), 춘첩(春帖)이라고도 합니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며, 전라도에서는 입춘축을 붙이면 “봉사들이 독경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여 입춘에는 꼭 하는 세시풍속이었습니다. ▲ 입춘축을 붙이는 모습(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입춘축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건강과 풍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21년 《한국민속상징사전》(호랑이 편)에 이어 2022년 ‘토끼 편’을 펴냈다. 이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사업의 하나로 2023년 계묘년 토끼해를 맞이해 ‘토끼띠 학술강연회’, ‘토끼띠 전시’와 연계하여 토끼의 문화적 상징성과 더불어 학술 값어치를 총망라한 민속상징 백과사전이다. 토끼의 생태부터 세시풍속ㆍ설화ㆍ노래ㆍ속담ㆍ유물에 관한 해설까지 풍성하게 수록하여 토끼의 상징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 《한국민속상징사전》 ‘토끼 편’ 표지와 내지 □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토끼 인류의 번창으로 숲을 벌채하면서 토끼의 서식처로 초원이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개체 수가 늘었다. 그래서 토끼는 5만 년 전부터 인류의 사냥감으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으며, ..

(얼레빗 제4739호) 내일은 처서, 살사리꽃이 한창일 때

내일 화요일은 24절기의 열넷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이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불볕더위도 처분하고 가을을 재촉하는 건들바람이 부는 때지요. 이즈음 옛사람들의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포쇄(曝曬)’라고 해서 뭔가를 바람이나 햇볕에 말렸습니다. 부인들은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책을 말리는 방법은 우선 바람을 쐬고(거풍, 擧風), 아직 남은 땡볕으로 말리며(포쇄)하며, 그늘에 말리기도(음건, 陰乾) 합니다. ▲ 처서 때가 되면 부인들은 옷을, 선비들은 책을 말렸다.(그림 이무성 작가) 처서 무렵 우리에게 익숙한 꽃은 한해살이풀 코스모스인데 토박이말로는 ‘살사리꽃’이라 부르지요.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10년 무렵 건너왔다고 하며,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입춘(立春), 입춘방 붙이고 ‘적선공덕행’ 하기

우리의 큰 명절 설날(2월 1일)이 지나 사흘 뒤면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이다.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음력 정월(正月) 절기(節氣)로 해가 황경(黃經) 315도에 있을 때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입춘의 대표적 민속 입춘방 입춘이 되면 새봄을 맞이하는 뜻으로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은 '춘첩자(春帖子)'를 붙이고, 민간에서는 '춘련(春聯)'을 붙인다. 특히 양반 집안에서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