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개혁의 중심에 섰던 인물 번암 채제공의 초상을 보면 살짝곰보와 사팔뜨기 눈까지 숨기지 않고 그려 그가 못생긴 인물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거의 “죽기살기”라고 할 만큼 정확하게 그리는 조선시대 초상화 사실주의의 극치 덕분입니다. 번암은 그렇게 못생겼지만 28살에 사관인 예문관 한림(翰林) 시험에 수석을 차지한 뒤 죽기 한 해 전인 77살 때까지 은거한 7년을 빼고는 이조좌랑, 사헌부 지평, 한성판윤 등을 거쳐 영의정까지 오른 정말 큰 인물입니다. ▲ 살짝곰보와 사팔뜨기 눈까지 그대로 그린 채제공 초상, 65살 때(왼쪽)/73살 때 그런데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신임을 얻고 크게 탄핵을 받지 않은 까닭은 대부분 벼슬아치처럼 아부를 잘하거나 뇌물 공세 덕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청백리에 꼽힐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