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 9

(얼레빗 제4933호) 휴대했을 수도 있는 옛사람들의 부뚜막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평안북도 운산군 용호동에 있는 고분 3기 가운데 ‘궁녀의 묘’로 전해지는 네모난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쇠(철)로 만든 부뚜막이 있습니다. 크기는 길이 67.2cm, 높이 29.1cm, 너비 23cm입니다. 긴 네모꼴 한쪽에 아궁이와 솥 구멍을 마련하고, 반대쪽에 굴뚝을 붙인 모양이지요. 아궁이와 굴뚝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점이 특징으로 이마에는 불꽃모양 무늬가 있습니다. 휴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로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 쇠로 만든 부뚜막, 평안북도 운산면 동신면 용호동 제1호분 출토(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여기서 ‘부뚜막’이란 것은 아궁이 위 가마솥이 놓인 언저리에 흙과 돌을 쌓아 편평하게 만들어, 솥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두거나 간단한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곳..

(얼레빗 제4846호) 칠월칠석, 짝떡을 먹는 ‘토종 연인의 날’

내일은 음력 7월 7일로 ‘칠석’입니다. 칠석은 목동 견우(牽牛)와 베 짜는 공주 직녀(織女)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날로 예부터 아낙네들의 길쌈 솜씨나 청년들의 학문 공부를 위해 밤하늘에 별을 그리며 소원을 빌곤 하는 풍속이 있었지요. 은하수 양끝에 사는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은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한 해에 한 번 칠석 전날 밤에만 은하수를 건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까마귀[오(烏)]와 까치[작(鵲)]가 날개를 펴서 다리를 놓아주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했지요. ▲ 남원 광한루원에 있는 오작교(烏鵲橋) 칠석 전날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거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리는 눈물의 비라고..

(얼레빗 제4721호)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 깎아

“옥황상제가 금강산의 경치를 돌아보고 구룡연 기슭에 이르렀을 때, 구룡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는 관(冠)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나타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큰 죄다.’라고 말하고 옥황상제의 관을 가지고 사라졌다. 관을 빼앗긴 옥황상제는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 이는 금강산에 전해지는 설화입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선의 , 비단에 색, 34.3×39.0cm 얼마나 금강산이 절경이었으면 옥황상제마저 홀릴 정도였을까요? 그런데 그 금강산을 그림으로 가장 잘 그린 이는 겸재 정선이었습니다. 겸재의 그림 가운데는 금강산을 멀리서 한 폭에 다 넣고 그린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가 있으며, 금강산으로 가는 고개 단발령에..

옥황상제도 홀린 금강산의 절경

옥황상제가 금강산의 경치를 돌아보고 구룡연 기슭에 이르렀을 때, 구룡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는 관冠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나타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큰 죄다”라고 말하고 옥황상제의 관을 가지고 사라졌다. 관을 빼앗긴 옥황상제는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굳어 바위가 되었다. 금강산에 전해지는 설화입니다. 금강산이 얼마나 절경이었으면 옥황상제마저 홀렸을까요? 심지어 중국인들조차 금강산에 가보는 게 소원이라 할 정도였지요. 『태종실록』 4년(1404년) 9월 21일 기록에는 태종이 이렇게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중국의 사신이 오면, 꼭 금강산을 보고 싶어 하는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속언에 말하기를, 중국인에게는 ‘고려 나라에 태어나 ..

(얼레빗 4503호) 오늘은 눈썹세는날, ‘담치기로’ 이웃사랑을

오늘은 양력으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마지막 날 섣달그믐 곧 ‘설밑’입니다. 전통적인 섣달그믐이야 음력으로 따져야 하겠지만, 일단 섣달그믐을 달리 이르는 말로 ‘눈썹세는날’이란 별명도 있습니다. 조선후기 권용정(權用正)이 쓴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에 보면 “어린아이들에게 겁주기를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라고 했는데, 아이들 가운데는 이 말을 그대로 믿어서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 일도 있다.”라고 했지요. 또 19세기 중엽 김형수(金逈洙)가 쓴 《소당풍속시(嘯堂風俗詩)》에도 “나이 더한 늙은이는 술로써 위안 삼고 눈썹 셀까? 어린아이 밤새도록 잠 못 자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섣달그믐날은 “눈썹세는날”이 된 것입니다. ▲ 오늘은 섣..

(얼레빗 4423호) 옥황상제 선녀가 땅에 떨어져 핀 물매화

“맑은 물가 습기 많은 자리 몇 방울 물 흐르는 바위틈에 이끼를 벗하고, 작년에 떨어진 낙엽도, 마른 솔잎도 몇 개 어우러져 피는 물매화 혼자라고 외로운 것은 아니다. 먼 인적 아랑곳없이 쑥부쟁이 개미취도 지켜볼 뿐” ▲ '물매화', 이명호 작가 최상만 시인의 시 입니다. ‘물매화’, 먼 인적 아랑곳없이 혼자라고 외롭지 않게 피어있지만,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정원을 가꾸던 선녀가 땅에 떨어져 꽃이 되었다고 하지요. 물가에서 자라며 매화를 닮았다 하여 “물매화”인 이 꽃은 풀매화, 풀매화초라고도 합니다. 특히 물매화 가운데 암술에 빨간빛이 묻어있어 별명이 “립스틱물매화”인 녀석은 그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어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물매화는 쌍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지요. 산자..

(얼레빗 4363호) 추사, 죽은 아내에게 반찬 투정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월하노인과 함께 가 옥황상제에게 하소연하여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내세에는 내외가 처지를 바꾸어서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나 죽고 그대는 천 리 밖에 살아남아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그대가 나의 이 슬픔을 알게 할까? 이는 추사 김정희의 곧 ‘죽은 아내를 생각하여 슬퍼함’이라는 한시입니다.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 있는 사이 그의 나이 57살인 1842년 11월 13일 본가 예산(禮山)에서 아내 예안 이씨가 죽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는 추사는 계속 아내에게 편지를 썼지요. 그 가운데는 특히 제주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젓갈 등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추사의 한글편지는 40통인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아내에게 쓴 것이라..

(얼레빗 3981호) 오늘은 양력 섣달그믐, ‘눈썹세는날’

한국문화편지 3981호 (2018년 12월 31일 발행) 오늘은 양력 섣달그믐, ‘눈썹세는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81][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양력으로 섣달 그믐날로 섣달그믐을 달리 이르는 말로는 세말(歲末), 세모(歲暮), 세진(歲盡), 세흘(歲訖), 설밑, 연말(年末), 연모(年暮), 연종(..

옥황상제도 홀린 신선이 사는 절경의 금강산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1. 4. “옥황상제가 금강산의 경치를 돌아보고 구룡연 기슭에 이르렀을 때, 구룡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는 관(冠)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 들었다. 그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나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