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67

웰빙과 힐링을 빼니 치유가 보인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영어의 말뿌리(어원)를 알면 그 낱말의 뜻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 ‘culture’를 받아들이면서 한자권에서는 ‘문화(文化)’라고 번역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행동 양식 등을 문화라고 쓴 것이다. ‘농업’이라고 번역하는 ‘agriculture’의 말뿌리는 땅에서(agri)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일(culture)에서 왔다. 예전에는 모여 사는 집단 사이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 농사짓는 방식과 저 동네에서 농사짓는 방식이 서로 달랐다. 그렇게 서로 다른 농사짓는 방식이 바로 영어로 ‘agriculture’이다. ‘culture’를 받아들이면서 ‘문화’라는 멋없는 낱말 말고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이제 포퓰리즘을 ‘대중주의’라고 말하자

요즘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의미는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퓰리즘이 엘리트나 소수 지배세력이 아닌 다수의 일반 사람들을 지향하는 용어임에도, 실제로 일반 사람들은 이 용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뜻을 이해하기 쉬운 통일된 번역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지만,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해지기에 차라리 그냥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학자들은 번역어 선택 자체가 논쟁적이어서 논란을 피하려고 영어식 표현을 선..

범람하는 일본식 영어, 공공기관과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

'일본식 영어’를 널리 ‘보급’하고 있는 사람들 최근 연합뉴스의 이른바 ‘기사형 광고’ 문제가 자못 큰 화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뉴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과연 ‘니즈’란 영어가 꼭 필요했을까? 더구나 이 ‘니즈’란 말은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다. 저명한 어느 교수가 쓴 글이 “‘핀셋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려고 했으니 참으로 나이브하기 짝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로 끝이 난다. ‘핀셋’도 ‘나이브’도 모두 일본식 영어다. 특히 글 결론부에 ‘나이브’란 말이 나오니 글 전체의 무게가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이다. 또 언론사 논설위원 출신의 칼럼에서는 ‘메리트..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 긋그제..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람”이 아니라, “발 시린 사람”이 맞다. 방송에..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는 옷을 ‘든벌’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합하면 ..

[토박이말 살리기]1-97 머드러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머드러기'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수북한 사과 더미 속에서 머드러기만 골라 샀다. 둘째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기철이란.... 모두 잘난 체하는 기씨네 중에도 그중 잘난 체하는 머드러기 인물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 대사전에는 '많이 있는 과실이나 생선 가운데 아주 굵거나 큰 것'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그렇게 머드러기만 골라..

하루를 어떻게 나누어 부를까?

갑오년 새해가 큰 추위 없이 환하게 밝았다. 이맘때가 한 해의 첫머리라면, 하루의 첫머리는 새벽이다. ‘새벽’은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새벽을 또 나누어, 아주 이른 새벽은 ‘꼭두새벽’이라 하고, 아직 어스레한 새벽은 ‘어둑새벽’이나 ‘어슴새벽’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정이 지나 아침이 되기 전까지를 그냥 새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새벽 1시’, ‘새벽 2시’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합리적인 표현이라 볼 수 없다. 이때는 ‘낮 1시, 낮 2시’와 대비하여 ‘밤 1시, 밤 2시’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오전 1시는 아무래도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하루는 크게 낮과 밤으로 나눌 수 있다. 해가 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