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25

하얼빈 - 김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인 안중근 의사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안중근이 우덕순과 함께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후 10월 26일까지의 일정을 축약하여 보여준다. 안중근의 일대기가 아닌 거사 전 며칠과 이후 재판과정과 감옥 생활만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일정상 기간이 촉박한 점은 이해되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아는 이 엄청난 거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을 보면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토가 온다는 소식에 그를 죽여야 한다는 - 비록 그 전부터 생각해 오기는 했다지만 - 생각을 바로 며칠 만에 실행한 점, 단 한 번의 사전 현장조사만이 진행된 점, 과연 그 두 사람만의 신념으로 거사를 일으킬 수 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후미진 골목길에 새로 들어선 평범한 동네 서점. 동네 사람들이 길을 걷다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지만, 어딘가 아파 보이고 우울해 보이는 주인 때문에 곧 발길을 끊는다. 서점을 연 영주는 실제로 자신이 손님인 듯 어색하게 서점에 들어서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자신도 모르게 자주 울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물을 닦으며 몇 안 되는 손님을 맞았다. 그렇게 맥없이 앉아 몇 달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꽤 건강해졌음을 깨닫는다. 그제야 휴남동 서점은 진짜 서점의 꼴을 갖춰가기 시작한다. 반도 채워져 있지 않았던 책장도 채우고, 자기 대신 커피를 내릴 바리스타도 채용한다. 책도 늘고, 독서 모임도 생기고, 글쓰기 강의도 시작되지만, 건강해진 휴남동 서..

고양이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 강은영

《고양이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은 총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는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고양이 모리를 키우며 달라진 일상이 담겨 있다. 두 번째 파트에는 내향형에 유리 멘털이었던 작가가 내면을 가다듬어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모았다. 세 번째 파트에는 작가가 일상 중 발견한 소소하고 귀여운 장면이 가득하다! 또한 네 번째 파트에서는 작가의 그림체를 응용해 직접 고양이를 그리거나 색칠해 보고, 매일 작은 할 일을 정해 실천하는 ‘야옹하는 생활’을 누려볼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파트에는 작가 특유의 감성이 담긴 네 컷 만화와 그림 동화를 실었다. 크레용으로 그린 손그림 중 엄선한 200점 이상의 작품이 이 작은 책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저자: 강은..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책소개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

계속 가보겠습니다 - 임은정

책소개 《계속 가보겠습니다》의 저자인 임은정은 2007년 ‘공판 업무 유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법무부가 선정하는 ‘우수 여성 검사’가 되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되는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던 검사였다. 한때 ‘도가니 검사’로도 불리며 검찰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던 검사 임은정, 이제는 끊임없이 검사 적격 심사의 대상자에 오르는 검찰 조직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검찰 내 각종 부조리를 폭로하고,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이 아닌 ‘무죄 구형’을 강행하면서 골칫거리 문제 검사가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부 고발 검사 임은정의 첫 번째 단독 저서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온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담겨 있다. 저자는 검찰이 잘못의..

잊을 수 없는 증인 - 윤재윤

책소개 『잊을 수 없는 증인』은 저자가 40년간 법조인으로 일해오면서 법정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좋은생각』에 꾸준히 연재해온 것을 묶은 것인데,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성찰이 담긴 그의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이 많아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특히 법조인이기에 앞서 그 또한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재판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본인을 되돌아보고 깊이 있는 성찰로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하겠다. 책의 제목을 『잊을 수 없는 증인』으로 정한 것은 그 눈물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그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삶의 방향과 인간의 본질을 깨우쳐준 귀중한 인생의 스승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 실린 성공과 실패, 연..

골든 아워 1 - 이국종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눌러쓴 삶과 죽음의 기록이다. 저자는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적어 내려간 글은 그동안 ‘이국종 비망록’으로 일부 언론에 알려졌다. 그 기록이 오랜 시간 갈고 다듬어져 두 권의 책(1권 2002-2013년, 2권 2013-2018)으로 출간됐다.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료진, 소방대원, 군인 등-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역사적 기록이다. 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조우성

책소개 17년간 변호사로 살아온 저자가 법정이라는 풍경 속에서 목격한 35개의 드라마 같은 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엮은 책. 경찰서에 직접 자식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기막힌 사연(내 아들을 신고합니다!), 수십 년간 하늘같이 존경하던 남편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어느 부인의 이야기(남편의 완벽한 가면), 헤어진 여자친구를 고소하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억울한 사연(애인에게 준 선물, 돌려받을 수 있나요?) 등, 이 책에는 법정에서 펼쳐지는 각양각색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분노와 용서, 상처와 치유, 꼼수와 정직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목격한 우리네 이웃들이 살아가는 삶의 면면을 마치 한 편의 휴먼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풀어내었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목 차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책소개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다.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동시에 상을 받았다.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라 불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초엽 작가는 그 후, 더욱 도약했다. 자신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김초엽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순진하지만은 않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근사한 세계를 손에 잡힐 듯 이야기에 담아냈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매력적인 ‘할머니 ..

8초 인류 - 리사 이오띠

출판사 리뷰 이 글을 다 읽기까지 당신은 적어도 몇 번은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손에 든 이 책의 제목도, 저자 이름도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다. 친구의 SNS 포스팅을 보고 답장을 쓰고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 독서를 여러 번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마저도 눈길은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끝없는 산만함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하는 바이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진의 발표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간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평균 8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즉,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있는 현대인은) 8초가 지나면 반드시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돌리게 된다. 이것이 2015년에 발표된 수치이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