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우리말 탐구 - 이 봄,‘피로 회복’해도 될까요?

봄이 되며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와 춘곤증 등으로 몸이 나른해져 쉽게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피로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방송 등에서 ‘피로 회복’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재 등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따져 보면 ‘피로 회복’이란 말처럼 이상한 말도 없다. ‘피로’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는 말이고,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하는 말이다. ‘피로 회복’이라는 표현을 뜻풀이대로 이해하자면 ‘지친 상태로 되돌린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피로에서 벗어나 원기를 되찾는다’를 뜻하는 데에 ‘피로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말 - 식재료를 셀 때 쓰는 우리말, 담불, 좨기

당불, 좨기 무슨 뜻일까? 올해는 농사가 아주 잘돼서 다섯 담불은 나오겠네요. 담불: 벼를 백 섬씩 묶어 세는 단위 반죽을 필요한 만큼 나누세요. 저는 남편과 네 개씩 먹으려고 여덟 좨기로 만들었어요. 좨기: 데친 나물이나 반죽한 가루를 둥글넓적하고 조그맣게 만든 덩이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한두 톨씩 들고 뛰놀고 있었다. 톨: 밤이나 곡식의 낱알을 세는 단위 한눈에 보자! '식재료를 셀 때 쓰는' 우리말! 갓: 굴비나 고사리 등을 묶어 세는 단위 -굴비 한 갓: 굴비 열 마리 -고사리 한 갓: 고사리 열 모숨 고리: 사발에 담은 소주를 묶어 세는 단위 -한 고리: 열 사발 담불: 벼를 백 섬씩 묶어 세는 단위 두름: 물고기나 산나물 등을 엮어 세는 단위 -물고기 한 두름: 짚으로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자체 제작물, 오리지널 콘텐츠

오늘 살펴볼 말은 ‘오리지널 콘텐츠’(original contents)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오티티)나 전자책 서점 등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제작물을 가리킨다. 연원을 따져 보면 지금부터 무려 20년 전인 2002년 처음 우리 언론에 등장해 지금까지 5만번이 넘게 쓰인 표현이다. 처음 디지털타임스에 이 표현이 나타났을 때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웹, 모바일, 디지털 티브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유통(멀티 유즈)할 수 있는 하나의 원천 제작물(원 소스)을 가리키는 게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이후 수입 영상물을 주로 방영하던 국내 위성방송, 케이블 방송에서 수입품이 아닌 ‘자체 제작 국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

맛의 말, 말의 맛 - 우동과 짬뽕의 회유 “우짬짜 중에 골라. 난 짜장으로 할래.”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하는 말로 한번 ‘쏘겠다’고 한 이가 주문 첫머리에 이렇게 말을 하면 모두들 김이 샌다. 우동, 짬뽕, 짜장면이 중국 음식점의 대표적인 메뉴이기는 하지만 가장 값이 싼 ‘면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탕수육, 깐풍기, 양장피 등의 ‘요리’ 한두 개는 주문해야 제대로 대접을 하는 것일 텐데 ‘물주’가 이렇게 먼저 말을 하고 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 중국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이지만 홀대를 받기도 하는 이 ‘우짬짜’는 우리말을 다루는 사람들을 지극히 괴롭혔던 음식이기도 하다. 시중의 ‘짜장면’과 규범 속의 ‘자장면’의 긴 싸움은 둘 다 인정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우동’과 ‘짬뽕’은 표기는 물론 국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동은 어느 나라 음식인가? 옛날 사람들은 우..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하락 전환과 피크 아웃

어려운 외국어 신조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 모임의 성과물을 이 지면에 소개한 지 어느덧 1년이 돼 간다. 그간 스무 개가 조금 넘는 우리말을 이 지면을 통해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처럼 언론에서 우리말 설명을 각양각색으로 덧붙인 외국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쓰이고는 있으되 우리말로 표현하기는 까다로운 용어라는 얘기다. ‘피크 아웃’(Peak Out)이 주인공이다. ‘피크 아웃’이란 고점(peak)을 찍은 뒤 빠져나온다(out)는 뜻으로, 경기나 주식이 최고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을 일컫는다. 영어의 뜻 자체만으로는 경기나 주식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몸 상태나 운동 기량 등 여러 방면에서 최고 상태를 기록하고 내리막에 막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