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정과 사랑

사계절 중 가장 추운 계절인 겨울이 돌아왔다. 우리가 겨울을 춥게 여기는 것은 단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떨어지는 온도만큼 사람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시려 오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면 아무리 매서운 영하의 날씨도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우리 삶에 온기를 더하는 ‘정’과 ‘사랑’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쓰이는 걸까? ‘정’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친근한 마음’이다. ‘정이 들다, 정이 가다, 정을 쌓다, 정을 나누다, 정을 주다, 정을 쏟다’ 등의 예는 대체로 그 같은 정의와 잘 들어맞는다. 어떤 사람이나 동물과 정이 들거나 정을 쌓거나 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한 ..

우리말 탐구 - 귀하지 않아 귀찮아졌을까?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귀차니스트’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귀차니스트는 ‘귀찮다’의 어간인 ‘귀찮-’에 ‘…을 행하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영어 접미사 ‘-ist’가 더해진 말로,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현상이 습관화된 사람을 일컫는 신어이다. 과거에는 이겨 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귀찮음’을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특성으로 여기고 있다. ‘귀찮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는 몇 년 전 카드 회사 광고에 등장했던 문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문구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며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귀찮음과 관련된 이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분초를 다투어 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대신해 ‘귀찮다. 하기 싫다.’라고 당당하..

국민이 고른 가장 적절하게 다듬은 말은 ‘열린 쉼터’

국민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 이하 국어원)이 2022년에 어려운 외국어를 쉽게 다듬은 말 중 가장 적절히 다듬어진 말로 ‘열린 쉼터’를 골랐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우리 사회에 유입된 낯선 외국 용어를 알기 쉬운 다듬은 말로 바꾸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월부터 11월까지 22차례의 전문가 논의와 국민 수용도 조사를 거쳐 46개의 외국 용어를 다듬었다. 올해 국민이 선택한 쉬운 말로 꼭 바꿔야 할 외국 용어는? 올해 다듬은 외국 용어 중 쉽게 바꾸어야 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용어는 ‘영 케어러’(81.9%)였다. 이는 ‘장애, 질병, 약물 중독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다듬은 말: 가족 돌봄 청년)’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말 - 매무새와 관련된 우리말, 뜯게, 선바람

뜯게, 선바람 무슨 뜻일까? 1월에 산 바지가 편해서 매일 입었더니 더 입지 못할 만큼 뜯게가 되었다. 뜯게: 해지고 낡아서 입지 못하게 된 옷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 기다리던 택배가 왔다는 소식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선바람으로 달려 나갔다. 선바람: 지금 차리고 나선 그대로의 차림새 이 양복은 중요한 날에 입으려고 사 둔 진솔이다. 진솔: 옷이나 버선 등 한 번도 빨지 않은 새것 그대로인 것 한눈에 보자! '매무새'와 관련된 우리말! 걸단추: 단추처럼 옷의 벌어진 곳을 잠그는 갈고리 모양의 물건 난든벌: 외출할 때 입는 '난벌'과 집 안에서 입는 '든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두루주머니: 허리에 차는 작은 주머니 뜯게: 해지고 낡아서 입지 못하게 된 옷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선바람: 지금 차리고 나선 ..

반려동물 용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없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외국어로 둘러싸인 반려동물용품 진열대를 종종 보게 된다. 반려동물의 사료부터 장난감, 생활용품까지. 수입 상품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국내 상품조차 제품명이나 홍보 문구에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집단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1년 27.7%로 늘었다. 그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려동물 돌봄족의 비율도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 4천억 원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시장이 6조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용품 업계는 수요에 대응할 만..

맛의 말, 말의 맛 - 빵의 전쟁

성경이 바뀐다? 성경의 정확무오(正確無誤)함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펄쩍 뛸 일이긴 하지만 성경은 바뀐다. 오래전 이 땅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봤던 성경과 오늘날의 성경이 조금 다르다. 또한 당대의 기독교인들이 보았던 우리말 성경은 번역되기 전의 외국어 성경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성경에 나오는 먹을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란 이름 속의 ‘보리떡 다섯 개’와 마태복음 속의 다음 구절이 그 예 중의 하나이다. 영어 Man shall not live on bread alone. 독일어 Der Mensch lebt nicht vom Brot allein. 프랑스어 que l'homme ne vivra pas seulement de pain. 일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