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96

반려동물 용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없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외국어로 둘러싸인 반려동물용품 진열대를 종종 보게 된다. 반려동물의 사료부터 장난감, 생활용품까지. 수입 상품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국내 상품조차 제품명이나 홍보 문구에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집단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1년 27.7%로 늘었다. 그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려동물 돌봄족의 비율도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 4천억 원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시장이 6조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용품 업계는 수요에 대응할 만..

맛의 말, 말의 맛 - 빵의 전쟁

성경이 바뀐다? 성경의 정확무오(正確無誤)함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펄쩍 뛸 일이긴 하지만 성경은 바뀐다. 오래전 이 땅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봤던 성경과 오늘날의 성경이 조금 다르다. 또한 당대의 기독교인들이 보았던 우리말 성경은 번역되기 전의 외국어 성경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성경에 나오는 먹을 것만 보아도 그렇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란 이름 속의 ‘보리떡 다섯 개’와 마태복음 속의 다음 구절이 그 예 중의 하나이다. 영어 Man shall not live on bread alone. 독일어 Der Mensch lebt nicht vom Brot allein. 프랑스어 que l'homme ne vivra pas seulement de pain. 일본어 ..

우리말 탐구 - 그저 매서운 추위?두 개의 뜻을 가진 ‘강추위’

‘여름이 더우면 겨울이 춥다.’는 속설이 있다. 올 여름에 불볕더위가 심했던 탓에 올 겨울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강추위’라는 말을 두고 ‘심한 추위’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강추위’는 두 가지 뜻이 있는 동음이의어다. 일 음절 한자어 접사 ‘강(强)-’과 ‘추위’가 합해진 ‘강(强)추위’와 순우리말인 ‘강추위’는 소리와 모양은 같으나 그 뜻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쓰는 ‘강추위’는 접사 ‘강(强)-’이 쓰인 ‘강(强)추위’일까? ‘강추위’일까? 접사 ‘강(强)-’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호된’이라는 뜻을 더한다.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며, 다음과 같이 쓰인다 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말 - 먹거리와 관련된 우리말, 머드러기, 볼가심

머드러기, 볼가심 무슨 뜻일까? 아빠는 먹음직스럽게 생긴 머드러기만 골라 담았다. 머드러기: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과일, 채소, 생선 등을 이르는 말 오전 회의가 오후까지 이어져 식사 대신 빵으로 볼가심했다. 볼가심: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나 궁금함을 면하는 일 둘째를 낳느라 고생한 언니를 위해서 성게와 미역을 넣은 첫국밥을 준비했다. 첫국밥: 아이를 낳은 뒤에 산모가 처음으로 먹는 국과 밥 한눈에 보자! '먹거리'와 관련된 우리말! 거섶: 비빔밥에 섞는 나물 곁들이: 주된 음식 옆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차린 음식 맏물: 과일, 채소, 나물, 해산물 등에서 그해의 맨 처음에 나는 것 머드러기: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과일, 채소, 생선 등을 이르는 말 반기: 잔치나 제사 후에 나누어..

맛의 말, 말의 맛 - 중면과 쫄면의 기묘한 탄생기

밀의 변신, 아니 밀가루의 변신은 무죄다. 지구인을 먹여 살리는 곡물을 꼽으라면 쌀과 밀을 꼽을 수 있는데 두 곡물은 이용 방법이 서로 다르다. 쌀은 껍질을 벗긴 후 통으로 익혀 먹는데 우리말로는 ‘밥’이라 부른다. 반면에 밀은 통으로 먹는 일은 드물고, 곱게 가루를 낸 뒤 반죽을 하여 빵으로 구워 내거나 국수로 뽑아낸다. 쌀은 음식으로 가공하고 난 뒤에도 알곡의 모습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지만 밀은 가루가 된 뒤 반죽하여 빚고 뽑아내는 것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신을 하게 되니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각각의 곡물이 가진 특성을 살려 가공하는 것이니 좋고 나쁘고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국수 또한 이에 못지않다. 밀가루를 반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