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96

대중을 위하지 않는 대중교통

한국은 명실상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나라다. 지하철과 버스 연결망이 촘촘히 구축되어 있어 시민들이 자가용 없이도 이동하기 편리하다. 정류장마다 이름과 노선도를 큼직하게 안내하고 실시간으로 도착 버스의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갖추었다. 버스에 타면 도착하기 전에 해당 정류장뿐만 아니라 다음 정류장까지도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해준다. 시민들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기능이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기술에 비해서 비교적 간단한 언어 문제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 먼저 노선의 이름이 외국어, 외래어로 되어있어 불편을 겪는 경우를 소개하려고 한다. 버스 정류장의 이름을 정할 때는 근처..

언어의 숨겨진 힘 - 세계 평화를 꿈꾸는 언어

소통의 매개체, 언어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그 도시를 건설하기를 그쳤더라. - 창세기 11장 중 위 구절은 성경 속 ‘바벨탑 이야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인류는 본래 하나의 언어를 쓰고 있었는데, 인간이 신을 이기기 위해 하늘 끝까지 바벨탑을 쌓아 올리자 신이 그들을 흩어지게 하기 위해 언어를 혼잡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일치단결하던 인류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자 곧 갈등을 일으켰고, 급기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져 흩어지고 말았다. 종교와 무관하게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수긍할 만하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

일상 속 오늘의 다듬은 말 - 자연색, 배낭 도보 여행, 소풍, 사각 팬티, 색안경, 도보 여행

궁금한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봄바람 살랑이는 날 지붕창 열고 꽃비를 맞아 볼까 바야흐로 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었습니다. 그러니 맘껏 누려야겠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이겨 내고 노란 꽃망울로 존재를 드러내는 개나리꽃, 따뜻한 봄 기운을 받아 온 들뫼를 분홍빛으로 색칠하는 진달래꽃이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왼쪽부터) ‘개나리’와 ‘진달래’는 접두사 ‘개-’와 ‘진-’이 붙어 있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나리’에서 ‘개-’는 ‘개살구, 개떡’ 등에서 보는 것처럼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뜻입니다. ‘개나리꽃’은 나리꽃이지만 원래 나리꽃(백합꽃)보다는 작고 볼품없는 꽃이라고 ‘개-’를 붙인 것입니다. ‘개나리’는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진..

‘승모근’이 아니라 ‘등세모근’이에요.

며칠 전 병원에서 피지선 모반 진단을 받았다. 질환의 이름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아 “네? 그게 뭐죠?” 되물어보니 의사는 “쉽게 말하면 점이에요.”라고 했다. 이처럼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어려운 의학용어를 듣고 되물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왜 의학용어는 이렇게 생소하고 어려울까. 용어를 듣고 바로 이해하기 어려우니 괜한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어려운 의학용어의 유래 의학용어는 라틴어권에서 생겨나서 독일어권 및 영어권으로 파생됐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는 이를 각국 언어로 해석해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유입된 한자어를 바탕으로 의학용어의 기초가 구축됐다. 따라서 한 번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용어가 난무한다. 이에 우리말화하자는 주장이 계속되면서 여러 번 개정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어..

‘키예프’ 말고 ‘키이우’로 불러주세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3월 1일 누리소통망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이 러시아식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사관 말에 따르자면, 수도 명칭을 ‘키예프’가 아니라 ‘크이우’로, ‘크림반도’가 아니라 ‘크름반도’로 표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표기를 바로잡은 것은 전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세계적으로 전쟁 발발의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2월 24일,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의 정당성 없는 공격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러시아식 표기를 지양하고 우크라이나 지명은 우크라이나식 발음에 따라 표기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대사관 측에서는 침략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 제40항

이번 호에서는 제40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로써 준말과 관련된 표기법은 모두 다룬 것이 됩니다. 우리말에는 ‘하다’로 끝나는 말이 많은데, ‘하-’ 앞에 모음이나 ㄴ, ㅁ, ㅇ, ㄹ 따위의 울림소리가 올 때는 ‘하’의 ‘ㅏ’가 떨어지고 ‘ㅎ’이 뒤에 오는 예사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구하도록’을 예로 들면, ‘하-’ 앞이 모음이고 ‘하-’ 뒤는 예사소리 ‘ㄷ’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구토록(←연구ㅎ도록)’과 같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공고문 같은 데서 ‘~을 시행코자 하오니’와 같은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시행하고자’에서 ‘하-’ 앞은 울림소리 ‘ㅇ’이고 뒤는 예사소리 ‘ㄱ’이기 때문에 ‘시행코자’와 같이 줄여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을 ‘*시행코저’ 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