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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제4957호) 조선시대 상의원 597명의 장인이 있었다

지난 2014년에 개봉한 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공간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이 조선의 운명을 뒤흔든다는 이야기였지요. 옷 잘 짓기로 소문난 이공진 역의 고수, 어침장 조돌석 역의 한석규, 왕비 역의 박신혜, 그리고 임금으로 나온 유연석의 치열한 연기 대결이 볼만했던 이원석 감독의 영화였지요. ▲ 2014년에 개봉한 영화 포스터, ㈜와우픽쳐스 제공 상의원(尙衣院)이란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옷을 만들어 바치고 내부의 금은보화와 임금이 쓰는 지ㆍ필ㆍ연ㆍ묵(紙筆硯墨 : 종이, 붓, 벼루, 먹)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공조(工曹) 소속의 관아입니다. 상의원에서는 일상적인 관례에 따라 매달 초하루와 보름, 생일, 명절, 절기에 대전, 대왕대비전, 중궁전, 세자..

가장 사랑한 '막내딸 용혜'

가장 사랑한 '막내딸 용혜'사랑하는 대상이둘 이상인 경우에도 순위가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두 아이를사랑하는 마음에도, 두 아이 자체에도 순위는 없다.물론 자기 아이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순위가 없는 것은아니다. 박경리의 소설 에서, 김약국은다섯 명의 딸 중에 막내딸 용혜를 가장 사랑하여임종을 앞두고 '노오란 머리칼이 물결치는'용혜를 오래오래 보고 있었다.- 장혜영의 《사랑과 법》 중에서 -* 열 손가락 찔러 안 아픈 것이 없다 하나사랑에도 순위가 있습니다. 임종에 이르면그 순위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명상 기법 중에'가상의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을 통과할 때마다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놓아야만합니다. 사람들은 망설입니다. 무엇을 먼저내놓아야 할까... 마지막 죽음의 문 앞에서는통곡을 합니..

내게 맞는 책

내게 맞는 책저는 책을 펼칠 때마다습자지에 먹물 스미듯 글자가 온몸에흡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마음으로 읽고 나면 경험을 하게 됩니다.옅은 지혜가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몸을일으키는 경험을요. 이렇게 글자에게서받는 치유가 큰 이유는 제게 맞는책을 선택해서 읽기 때문입니다.- 이재연, 오수아의 《심리여행 IN 독서치료》 중에서 -* 자신에게 맞는 책을고르는 것도 고도의 훈련입니다.책 한 권 잘 만나면 그것이 '인생의 책'이 되어자신의 삶을 이끌어 갑니다. 더불어 책 속의 글들로치유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책 속의 글들은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내게 다가와 내 것이 됩니다. 선택도그 준비의 과정입니다.

해양보호생물 기념우표

우정사업본부에서는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지정된 해양보호생물을 보다 친근하게 알리기 위해 매년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고래 4종을 선정하였습니다.귀신고래는 몸길이가 11~16m이며, 몸무게는 최대 약 35톤에 달하는 중소형 수염고래류입니다. 회색 몸체에 따개비 등이 붙어 있어 바위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으며 포경선이 추격하면 신출귀몰하게 사라진다고 해서 귀신고래라고 불립니다. 신석기시대 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져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바다에서 많이 서식하던 고래입니다. 북태평양의 서쪽 무리를 한국계군으로 부를 정도로 인연이 깊지만, 197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귀신고래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중입니다.낫돌고래는 검은..

(얼레빗 제4956호) 표주박 모양의 주전자와 승반 꾸러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와 승반(承盤)’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전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발 모양 승반이 한 벌을 이룹니다. 주전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며, 승반은 주자를 받쳐 주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주전자와 승반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 청자 풀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승반, 12세기 후반~13세기, 전체 높이 29.7cm,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식물이나 동물, 사람 등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청자를 ‘상형청자(象形靑磁)’라고 하는데, 이 주전자도 표주박 모양을 닮아 있어서 상형청자의 하..

천천히 생각하기

천천히 생각하기왜 우리는 사람들이자신을 바보 같다고 생각할까 봐두려워하는 걸까? 이 의문은 천천히 생각하기를실행하는 완벽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내가 증명해보이겠어!'라며 본능을 따르는 대신 한발 물러서서스스로 물어보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천천히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 사람들이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면그들이야말로 바보 같은사람이다.- 다리우스 포루의 《가장 중요한 생각만 남기는 기술》 중에서 -* 급히 생각하면급한 결정을 하기 쉽습니다.급한 결정은 뒤늦은 후회가 뒤따릅니다.다른 사람의 언행에도 급히 반응하다 보면휘둘리게 됩니다. 스스로 똑똑하다 여겼던 사람도바보같은 결정을 하게 됩니다. 타인의 비난에일희일비할 필요 없습니다. 천천히 생각하고천천히 대응..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36,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샘’과 ‘우물’

우리나라는 지구라는 이 땅덩이 위에서 물이 가장 좋은 곳이다. 물을 받아 담아 두는 흙과 돌과 바위가 목숨에 좋은 갖가지 원소를 품고서 물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겨레는 물을 먹고 쓰려고 마련한 자연의 그릇도 여러 가지를 썼다. 그런 그릇 가운데 가장 많이 쓴 것이 ‘샘’과 ‘우물’이다. 그러나 요즘은 샘과 우물이 삶에서 밀려나 자취를 감추려 한다. 삶의 전통을 지키려면 말의 박물관이라도 서둘러 만들어야 할 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샘’을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곳”이라 풀이하고, ‘우물’을 “물을 긷기 위하여 땅을 파서 지하수를 괴게 한 곳”이라 풀이해 놓았다. ‘우물’을 ‘물을 긷기 위하여 괴게 한 것’이라 하면, 먹으려고 긷는지 쓰려고 긷는지 가늠할 수가 없..

(얼레빗 제4955호) ‘장황‘을 버리고 ‘표구’를 써야만 하나?

지난 2022년 한 일간지는 “표구, 미술품 보존 기술 넘는 예술”이란 제목으로 《표구의 사회사》라는 책 서평을 실었습니다. 특히 기사에는 “표구(表具): 그림의 뒷면이나 테두리에 종이 또는 천을 발라서 꾸미는 일”이라는 내용이 있었지요.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으로부터 ‘표구(表具)’라는 말을 수입해서 쓰는 바람에 비록 한자말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 때 쓰던 ‘장황(粧䌙)’이란 말은 그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심지어는 《조선왕조실록》 원본에 ‘장황(粧䌙)’이라 쓰인 것을 국역한답시고 ‘표구’라고 했으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 서예작품을 장황하는 고 김표영 배첩장의 작업 모습(문화재청) 한국어와 일본어 비교에 정통한 이윤옥 박사에 따르면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100년 전통을 가진 교토 야마기타..

'소박한 밥상' 책을 보며

'소박한 밥상' 책을 보며음식은몸의 활력을 만드는 연료이고영혼을 활짝 펼치는 촉매다. 우리가먹는 음식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어떻게 살면좋을지 고민이 될 때 부엌에 두고 수시로꺼내보면 좋을 책이다. 탐욕으로 영혼이누추해질 때 삶의 중심을잡을 수 있게 한다.- 박연준의 《듣는 사람》 중에서 -* 누구나아껴보는 책이 한두 권 있을 것입니다.'소박한 밥상' 책은 저처럼 요리사가 아닌사람에게도 아껴볼 만한 좋은 책입니다.일상의 체험 속에 담긴 삶의 행복과철학이 잘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소박한 밥상이 생명을 살립니다.삶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