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고씨(高氏)가 북쪽 지역을 차지하여 고구려(高句麗)라 하였고, 부여씨(夫餘氏)가 서남 지역을 차지하여 백제(百濟)라 하고, 박(朴)⋅석(昔)⋅김(金) 씨가 동남 지역을 차지하여 신라(新羅)라 하였으니, 이것이 삼국(三國)이다. 마땅히 《삼국사(三國史)》가 있어야 했는데, 고려가 이를 펴냈으니 옳은 일이다. 부여씨가 망하고 고씨가 망함에 이르러 김씨가 그 남쪽을 차지하고, 대씨(大氏)가 그 북쪽을 차지하고 발해(渤海)라 했으니, 이를 남북국(南北國)이라 한다. 마땅히 남북국(南北國)의 역사책이 있어야 했는데, 고려가 이를 펴내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 유득공의 《발해고(渤海考)》 필사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이는 영조 때의 실학자 유득공(柳得恭)이 쓴 책 《발해고(渤海考)》 서문 일부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삼국시대를 잇는 역사로 통일신라시대가 있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유득공은 김씨가 남쪽을 차지하여 ‘신라(新羅)’라 했고 그 북쪽은 고구려 사람 대씨(대조영)가 차지하여 ‘발해(渤海)’라 하였으니 당연히 <남북국시대>라고 불러야 한다고 외친 것입니다. 이후 대 씨가 망하자, 대 씨가 차지했던 북쪽 땅은 여진족이 들어가고, 또는 거란족이 들어갔습니다.
이럴 때 고려에서 마땅히 《발해사》를 펴낸 다음 이것을 가지고 여진을 책망하기를, “어찌하여 우리 발해의 땅을 돌려주지 않는가? 발해 땅은 바로 고구려 땅이다” 하고 또 거란을 책망하기를, “어찌 우리의 발해 땅을 돌려주지 않는가? 발해 땅은 고구려의 땅이다” 하고는 장군 한 사람을 보내어 수복했으면 압록강 서쪽 지역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발해를 몰라라 하여 토문강 북쪽과 압록강 서쪽이 누구의 땅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합니다. 이제 우리가 <남북국시대>라 부른다고 해서 만주 땅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겨레를 한반도 안으로 몰아넣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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