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나 절씨구야 돈 봐라 돈 봐라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이는 판소리 흥부가 가운데 <돈타령> 대목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흥보가 우선 배고픔을 면하려고 박을 타다가 돈이 쏟아지자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라며 정신 없이 반기고 있습니다. 흥부만이 아닙니다. 요즘도 날마다 신문에는 ‘돈, 돈, 돈’ 하며 돈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돈 없으면 못살 세상이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고 한다는 요지경 세상입니다. 그런데 돈은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은 돈에 욕심냅니다. 재벌 그룹이 탈세하다가 패가망신하는 예를 종종 봅니다.
▲ 조선 숙종(1678년) 때부터 조선 말기까지 유통된 상평통보 당오전(常平通寶 當五錢),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여기 <돈타령>에도 그런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아이고 좋아 죽겠네. 일년 삼백육십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라고 소리합니다. 그러나 뒷부분을 보면 흥보는 돈 욕심만 부리지 않습니다. 흥보는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 엊그저께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었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가 있느냐”라고 맘을 착하게 가지면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아 박흥보를 찾아오소:”라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자기의 부를 나누어주겠다고 소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들으면서 요즘 부자들이 흥보의 생각을 따라줬으면 하고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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