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소반(상) 판위에 구멍이 두 개 난 합환주상

튼씩이 2015. 11. 25. 12:11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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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1. 25



유교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 「혼의(昏義)」에 따르면 혼례의 날자가 정해진 뒤 신랑이 신부를 맞이해오는 “친영(親迎)”의 예를 거행합니다. 이 친영의 절차에 “합근례” 곧 신랑과 신부가 서로 술잔을 주고받는 예가 있는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주박을 둘로 자른 잔으로 술을 마시고 기를 편안케 하고, 그럼으로써 몸을 합한다(소이합체, 所以合體)”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표주박을 둘로 자른 “합환주(合歡酒)잔”은 아래쪽이 둥글기 때문에 바닥에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합근례 때 합환주잔을 올려놓는 “합환주상(合歡酒床)”이 생겨났지요. 이 상은 대부분 해주반으로, 재료는 피나무, 은행나무를 썼습니다. 합환주상의 모양을 보면 양쪽 판각다리 위에 얹은 상판 면에 지름 6.5cm 안팎의 두 구멍을 나란히 뚫어, 둥근 표주박이 넘어지지 않게 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지요.

그러나 이 합판주상을 백성들은 쉽게 만들어 쓸 수가 없어서 둥근 표주박 바닥 밑에 종이를 싸서 발라 평평하게 만들어 소반 위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또 구멍이 두 개인 ‘합환주상’과 달리 그저 구멍이 하나 뚫린 ‘잔상’도 있지요. 머리에 이었을 때 구멍이 나 있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출장용 “공고상”과 함께 상판 면에 구멍이 두 개인 합환주상은 표주박을 받치는 슬기로운 지혜가 엿보이는 재미난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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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5>

쌀쌀한 겨울 난방 기구 “고다츠”



예전에 한국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한 겨울을 보냈다. 지금은 보일러가 보급되어 거의 온돌이 사라졌지만 과거 한국인의 겨울철 난방은 뭐니 뭐니 해도 뜨끈뜨끈하게 불 땐 아랫목이었다. 글쓴이의 어린 시절만 해도 아랫목은 겨울철 온 식구가 모여 오순도순 보내던 곳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사정은 어떠한가? 일본은 우리처럼 온돌문화가 아니라 다다미 문화다. 다다미란 돗자리 문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이 되면 방안이 춥다. 이러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고다츠라는 난방기구가 생겨났다. 요즈음은 전기 고다츠가 주종을 이루지만 예전에는 숯불이 쓰였다.

고다츠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가장 쉽게 설명한다면 난로를 사각 나무판으로 덥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씌워 놓은 형태로 발을 이불속에 넣는 구조이다. 고다츠는 밥을 먹을 때는 식탁이요,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는 책상으로 쓰고 차를 마실 때는 차탁으로 쓰는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발을 고다츠 속에 넣어 보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물론 일본도 지금은 방안을 덥게 하는 전기 히터 등을 써서 고다츠를 찾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다츠 수요는 꾸준하다. “고다츠를 둘러싸고 어린 자식은 책상 삼아 공부를 하고 어머니는 곁에서 뜨개질을, 아버지는 신문을 보는” 이런 모습은 예전에 일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정경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력이 발전하면서 주거 형태도 바뀌어 고다츠 하나를 두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오순도순 지내던 풍경은 사라졌다. 무엇 보다 자녀 수 만큼 방을 갖춰 책상을 들여놓고 히터로 난방을 하면서부터 가족 간의 정겨운 모습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바꿔 놓은 난방의 변화에는 일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글쓴이도 오래전 일본에 있을 때 겨울이면 접이식 고다츠를 펴서 전기를 점검하고 고다츠보(이불)를 씌워 겨울 채비를 차리던 기억이 난다. 따끈따끈한 아랫목은 없지만 외출했다가 들어서면 썰렁한 방안에 고다츠가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했었다. 쓰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아도 인터넷에는 고다츠를 파는 누리집이 많고 한술 더 떠 ‘겨울의 필수품’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니 고다츠는 아직도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는 모양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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