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왕비가 입는 원삼에 붙였을 오조룡보

튼씩이 2015. 12. 2. 17:10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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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2. 2.



보(補)는 조선시대 임금과 왕세자의 곤룡포(袞龍袍)나 왕비ㆍ세자빈의 적의(翟衣)ㆍ원삼(圓衫)ㆍ당의(唐衣)의 가슴과 등, 양 어깨에 붙여 장식한 것인데 둥근 옷감으로 흔히 용을 수놓았습니다. 용무늬가 있어 ‘용보(龍補)’라고도 하며 모양이 둥글다 하여 ‘원보(圓補)’라고도 합니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 예로부터 천자(天子)나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기 때문에 조선시대 임금의 직계가족들은 용보를 붙였으며 용의 발톱수로 신분을 구분하였지요. 곧 임금과 왕비는 발톱이 다섯인 오조룡(五爪龍), 왕세자와 세자빈은 사조룡(四爪龍), 왕세손과 세손빈은 발톱이 세 개인 삼조룡(三爪龍)의 보를 썼습니다. 그러나 조선 말기가 되면 이러한 제도가 확실하게 지켜지지 않고 대부분의 유물이 오조룡보로 되고 맙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43호 “오조룡 왕비 보 (五爪龍 王妃 補)”는 왕비용이며, 초록색의 꽃무늬 비단에 발톱이 5개 있는 반룡(蟠龍, 아직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땅에 서리고 있는 용)이 가운데에 자리 잡고, 중심에는 여의주를 수놓아 용의 품격을 높여주었습니다. 용 주위에 구름과 바위, 물결, 불로초 따위 장생문(長生紋)을 수놓았지요. 바탕 옷감이 초록색 꽃무늬여서 초록당의나 원삼에 붙였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현존하는 용보 가운데서 보존상태도 좋고 자수가 매우 정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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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6>

천여 년 전 백제계 교카이 스님이 지은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인 9세기 초에 만들어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집이 있는데 그 이름은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日本國現報善惡靈異記》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나라(奈良)지방의 한 마을에 다데하라도라는 절이 있는데 이 절에는 영험한 약사여래불이 있었다. 때마침 이 마을에는 눈먼 과부가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이 모녀는 생활이 너무나 어려워 끼니를 잇기조차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모녀는 그대로 앉아서 죽느니 약사여래불에 가서 기도라도 드리다 죽을 요량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절로 향했다.

그러나 남루한 행색으로 약사여래불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절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도를 할뿐이었다. “제 목숨은 아깝지 않으나 제 딸아이의 목숨이 안타깝습니다. 한꺼번에 두 명이 죽을 지경이니 바라옵건대 제 눈을 뜨게 해주시옵소서.”라고 빌었다.

여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약사여래불이 있는 절을 향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그때 절에서 이 모습을 보던 관리인이 나와 이 모녀를 약사여래불상으로 안내하였고 이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나무로 만들어진 약사여래불상의 가슴 쪽에서 복숭아 진액이 나왔다. 아이는 눈먼 엄마의 입에 이것을 집어넣어 주었는데 달콤한 것을 삼키자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에는 이러한 불교 영험을 알리는 설화에서부터 당시 시대상을 엿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상중하 3권에 모두 116화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는 고구려와 백제 스님과 관련된 고대 한국관련 설화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책을 지은 나라(奈良) 약사사(藥師寺) 승려 교카이(景戒) 역시 백제계 가문의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01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누구라도 천 년 전 일본의 설화를 손쉽게 읽을 수 있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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